신용 없는 설움이 사업 단초
생활비로 크레딧 쌓는 핀테크
신용점수가 없어 아파트 임대도 하지 못했던 한인 이민자가 이제는 연매출 2000만 달러 핀테크 기업 CEO로 성장해 화제다.
CNBC는 지난 15일 한국에서 홀로 이민 온 뒤 신용 사각지대를 직접 겪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토모크레딧을 세운 크리스티 김(38.사진) 대표를 집중 조명했다.
김 대표는 11세에 혼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UC버클리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1년 투자은행에 입사했지만, 신용점수가 없어 아파트 임대는 물론 자동차 할부 대출마저 거절당했다. 결국 임대인에게 직장 상사가 보증할 수 있다고 설득해 첫 집을 구했고, 신차 할부 대신 한국 가족에게 돈을 빌려 중고차를 현금으로 사야 했다. 그는 “자동차 매장은 신차 할부 판매를 놓쳤고, 나는 현금을 써야 했으며, 은행도 고객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경험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토모크레딧을 세우고, 신용점수가 없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이민자와 청년층에게 카드를 발급해 소득·지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카드 사용 기록이 없어도 월급과 생활비 지출만으로 신용 이력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토모크레딧은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2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누적 신청 건수는 200만 건 이상에 달했다.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액은 2억 달러가 넘으며,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바클레이스 액셀러레이터 뉴욕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AI 기반 개인 금융 어시스턴트 개발에도 나섰다.
김 대표는 “신용점수가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제도를 몰랐던 결과일 뿐”이라며 “특히 이민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금융 생활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여성 이민자라는 정체성이 오히려 미국 금융 시스템을 질문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토모크레딧 이전에 주얼리 이커머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핀테크 기업 크레딧세서미에서 근무했다. 지난 2018년에는 케네틱 투자 부사장으로 일하며 오아시스랩스와 볼트12 같은 블록체인 기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고, 2020년부터는 포브스 금융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편, 현재 토모크레딧 직원의 95%는 이민자, 고객의 90%는 유색인종, 임원진의 60%는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는 “이민자의 잠재력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며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채용해 금융의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