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보험칼럼] 해외 운전 시 미국 자동차 보험이 통할까

최선호 / 최선호보험 대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라면 여행이나 출장에서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할 일이 많다. 특히 가까운 캐나다나 멕시코를 자동차로 방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내가 미국에서 가입한 자동차 보험이 해외에서도 통할까?” 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자동차 보험은 해당 국가의 법과 제도에 따라 적용된다. 미국에서 가입한 자동차 보험은 보통 미국 내 사고에 대해서만 보장한다. 다만, 미국 보험 가운데 일부는 특별 약관을 통해 캐나다까지 보장을 확대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흔히 가입하는 자동차 보험의 책임보험(Liability)이나 충돌·종합보험(Collision / Comprehensive)은 캐나다에서 운전할 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캐나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본인의 보험증서(Declaration Page)에 “Coverage applies in U.S. and Canada”라는 문구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멕시코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 보험이 멕시코에서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멕시코를 운전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멕시코 현지 자동차 보험을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미국 국경 근처에서는 멕시코 자동차 보험을 단기 상품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많으며, 온라인으로도 출발 전에 가입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 보험만 믿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차량 압류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 거주자가 해외에서 운전할 때 준비해야 할 보험은 어떤 것일까? 가장 기본은 렌터카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이다. 보통 다음과 같은 항목으로 나뉜다. 1)LDW/CDW (Loss Damage Waiver / Collision Damage Waiver): 차량 파손이나 도난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주는 옵션이다. 사고 발생 시 고액의 수리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2) SLI (Supplemental Liability Insurance): 제3자에 대한 인적·물적 손해를 보장한다. 멕시코처럼 책임보험이 법적으로 강력히 요구되는 나라에서는 필수에 가깝다. 3) PAI (Personal Accident Insurance): 운전자와 동승자의 부상이나 사망을 보장하는 개인 상해보험이다. 4) PEC (Personal Effects Coverage): 차량 내 개인 소지품의 분실이나 도난을 보장한다.

또한 본인이 보유한 신용카드 혜택을 확인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Visa, Mastercard, American Express 등의 일부 프리미엄 카드 상품은 렌터카 결제 시 CDW/LDW 보장을 자동으로 포함하기도 한다. 다만 카드 혜택은 나라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대부분 적용되지만, 멕시코에서는 일부 카드사가 보장을 제한하기 때문에 반드시 카드사에 확인해야 한다.

여행자 보험도 참고할 만하다. 일부 여행자 보험 상품은 해외에서 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개인 상해나 의료비를 보장한다. 그러나 차량 손해나 제3자 책임 부분은 대부분 제외되므로, 렌터카 보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고 발생 시 절차도 국내와 다르다. 캐나다에서는 현지 경찰 신고와 보험사 보고 절차가 필요하며, 멕시코에서는 반드시 현지 보험사와 경찰을 동시에 불러야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렌터카 계약서에 기재된 긴급 연락처를 출국하기 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현지 언어로 사고 경위를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정리하자면, 미국에서 거주하며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캐나다에서는 대부분 보장이 가능하지만 반드시 본인 보험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 멕시코는 예외 없이 현지 보험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현지 보험 가입을 고려하고, 신용카드 혜택이나 여행자 보험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국제운전면허증은 운전 자격을 증명하는 수단일 뿐 보험 효력과는 무관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