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5일 한국과의 무역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방송 대담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현재 어떤 무역 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과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we are about to finish up with Korea)”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 투자를 두고 이견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조정하고 있다(ironing out the details)”며 “IMF와 세계은행의 회의 주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돼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는 통상 당국을 비롯 재정 당국, 대통령실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6일 미국으로 향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14일)과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13일)은 이미 미국에서 협상을 사전 준비 중이다.
김 장관과 김 실장은 워싱턴에서 관세 협상의 ‘키맨’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대미 투자펀드 3500억 달러 투자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3500억 달러(약 497조7000억 원)의 대미 투자를 대부분 현금으로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규모 등을 고려해 대출과 보증으로 투자 한도를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무제한 통화 스와프도 협상 쟁점 중 하나다. 우리 정부는 만약 펀드 일부를 현금으로 채워야 한다면 외환 시장 안정성을 고려해 최소한 무제한 통화 스와프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달 말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협상 타결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는 희망을 걸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APEC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시의상 진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인식이 (한미) 양측에 있다”며 “이번 기회에 실질적으로 (관세 협상 관련해) 나아가고자 하는 차원에서 대표단이 갔다”고 말했다.
한편 베센트 장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분쟁의 성격에 대해 “미중 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대 세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관료들이 전 세계의 공급망이나 제조 공정을 관리할 수는 없다”며 “다행히 이번 주가 IMF 회의 주간으로, 유럽 동맹국과 호주, 캐나다, 인도,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의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 통제에 동맹국 차원에서 공동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한 말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베센트 장관은 “우리는 그들(중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에 대해 동등하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그들의 경제를 해치고 싶지 않고, 그들도 우리 경제를 해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놨다.
베센트 장관은 이달말 경주 APEC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APEC에) 참석할 예정”이라면서도 “(회담 여부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역 갈등)사태가 본격적으로 악화되지 않은 배경엔 양국 정상 간의 신뢰가 작용했다”며 “이는 미중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모든 것은 여기서 비롯된다”고 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