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난다” 콘크리트서 6세 여아 미라…“유령아이 197명 더 있다” 일본 발칵

사망 후 18년만에 콘크리트 속에서 미라화 된 시신으로 발견된 여아….
지난 2월 일본 오사카에서 확인된 엽기적인 사건과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내에서 최소 197명의 아동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23일 보도했다.

6세 여아, 왜 콘크리트에서?
당시 사체로 발견된 이와모토 레이나(岩本玲奈)는 키는 109.5cm로 전신이 미라화된 상태였으며, 경찰은 부검과 DNA 감정 결과 등을 통해 사망 당시 나이는 6세로 추정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오사카부 야오시의 한 공동주택으로, 거주자가 퇴거한 뒤 집을 살펴보던 관리인이 벽장 안에 남겨진 금속제 상자(가로 88cm, 세로 45cm, 높이 35cm)에서 악취가 나자 수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다. 상자 무게는 228kg에 달할 정도로 무거웠는데, 이를 개봉하자 나온 것은 콘크리트 더미였다.

경찰은 악취의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퇴거자의 아들인 이이모리 노리유키(飯森憲幸)에게 전후 사정을 물었고, 그는 “콘크리트 안에 작은 아이가 들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 이이모리는 레이나의 외삼촌이었으며 경찰에 “훈육 때문에 때렸고, 아버지(레이나의 외조부)와 상의해 둘이서 콘크리트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레이나의 시신은 할아버지가 살던 집에서 콘크리트에 묻힌 상태로 18년간 방치된 것이다. 경찰은 이이모리를 2006년 12월~2007년 1월 사이에 레이나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하고, 상해치사로 기소했다.

레이나의 시신이 18년만에 발견된 오사카부 야오시의 공동주택. 사진 테레비오사카 캡쳐

어떻게 18년간이나 숨겼나
이처럼 아이를 살해하고도 18년간 시신을 방치한 채 은폐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일본 행정기관의 직권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주민기본대장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실제 거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주민등록 삭제가 가능하다. 이후엔 건강검진 안내나 초등학교 취학 통지 등도 발송되지 않는다.

레이나가 이런 사례다. 아사히신문 취재 결과 레이나는 외조부가 2004년 직권말소를 신청했고, 야오시는 주소지 현장 조사 등을 실시한 뒤 이를 수용했다. 이후 레이나는 완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에서 외삼촌의 폭행으로 사망했고 18년간 드러나지 않았다.

한편 아사히는 각 지자체에 취재한 결과 직권말소로 행방을 알 수 없는 18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이 197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사에 응하지 않은 지자체를 감안하면) 일본 전체에선 상당한 숫자일 것”이라는 니시자와 사토시 야마나시현립대 특임교수의 의견을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을 우려해 직권말소가 됐을 경우엔 다른 지자체로 전입됐는지 여부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한다. 일본 총무성 측은 “인력 부족으로 면밀한 조사 등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한국에선 가능성 낮아
한국은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행정통합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런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교육, 병역, 건강보험 등이 제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지자체가 직권으로 주민번호를 말소할 권한도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단, 국가 시스템 안에 들어올 경우엔 좀처럼 사각지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업일수, 병원 검진 기록 등을 파악해 분기별로 우려되는 대상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엔 출생 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른바 ‘유령아동’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2023년 7월 정부가 출생 기록과 출생 신고를 교차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2015년 2월 생후 6일된 아기를 사망케 한 40대 모친이 기소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부산에서 숨진 생후 18개월 된 아이가 ‘유령 아동’으로 확인됐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