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일어나는 사고 중 가장 흔한 유형이 ‘좌회전 충돌’이다. 좌회전 하던 차량이 반대편에서 직진하던 차량과 부딪히는 경우, 대부분의 운전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충분히 보고 돌았는데, 상대가 너무 빨랐다.” 하지만 보험사와 법원의 시각은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좌회전 차량의 주의 의무 위반’으로 결론이 난다.
먼저 기본 원칙부터 보자. 미국 도로교통법상, 좌회전 차량은 언제나 ‘직진 차량에게 진로를 양보(yield)’해야 한다. 즉, 좌회전 중이라면 반대편 차가 얼마나 멀리 있든, 그 차가 먼저 지나가도록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 차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와 충돌했다면, 결과적으로는 “충분한 안전 확인 없이 좌회전했다”는 과실로 판단된다. 이게 바로 대부분의 보험사와 법원의 기준이다.
하지만 현실의 운전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상대방 차량이 제한속도보다 20마일 이상 과속했다면 어떨까? 이 경우, 상대방의 과속이 명확히 입증된다면 과실 비율이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좌회전 차량의 책임이 100%에서 70~80%로 줄어드는 식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과속이 단순 추측이 아니라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운전자의 “빨라 보였다”는 말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블랙박스, 교차로 CCTV, 스키드마크(타이어 자국),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증거가 없을 때다.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좌회전 차량이 우선 양보 의무를 다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상대가 빨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결국 좌회전 차량이 주된 과실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피해자가 억울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제 체감 속도와 법적 판단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그럼, 왜 좌회전 차량에게 이렇게 엄격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좌회전은 ‘자발적 진입행위(voluntary entry)’이기 때문이다. 즉,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반대편 차로를 가로지르는 것이므로, 운전자는 교차로 전체를 완전히 통제 가능한 상태로 판단한 후 진입해야 한다. 만약 반대편 차량이 보였다면, 그것이 느리든 빠르든 멈춰야 한다. 이게 바로 법이 요구하는 ‘충분한 주의(due care)’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즉시 현장 사진과 영상을 확보해야 한다. 충돌 각도, 신호등 색상, 파손 부위, 스키드 자국 등은 과실 판단의 핵심 증거다. 특히 교차로 CCTV가 있다면 즉시 확보 요청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CCTV 영상은 72시간 이내 자동 삭제되므로, 늦으면 증거가 사라진다.
둘째, 경찰 리포트의 문구를 확인해야 한다. 경찰이 “좌회전 차량이 안전하게 진입하지 않았다”라고 적었다면, 과실 100% 판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상대방 차량이 고속 주행 중이었다”라는 내용이 기록되면, 추후 과실 조정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경찰관에게 사고 당시 속도, 신호 여부 등을 정확히 설명하고 기록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보험 클레임을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 “상대방이 빨랐으니 그쪽 보험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상대 보험에만 클레임을 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대방이 끝까지 과실을 부인하거나, 본인 보험에 연락하지 않는다면 일이 길어진다. 이럴 때는 본인 보험사에 ‘대위청구(subrogation)’ 방식으로 임시 처리를 요청할 수 있다. 단, “상대 보험사 지연으로 인한 임시 클레임”임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보험 기록에 ‘사고 청구’가 남아, 추후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넷째, 좌회전 사고는 변호사 개입이 잦은 유형이다. 특히 신체 상해가 있는 경우, 변호사는 대부분 상대방의 과속 또는 신호 위반 입증을 시도한다. 이때 증거 확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사고 직후 현장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상대가 빨라서 부딪혔다”라는 말은 종종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법과 보험의 세계에서는 ‘느낌’보다 ‘증거’가 우선이다. 좌회전은 교통법상 가장 위험한 동작 중 하나이며, 그만큼 운전자에게 높은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 상대가 과속했다고 하더라도, 좌회전 차량이 “조금이라도 더 기다렸다면 피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 나오면, 과실은 여전히 좌회전 쪽에 남는다. 결국 교차로의 법칙은 단순하다. 직진은 ‘권리의 길’, 좌회전은 ‘인내의 길’이다. 1초 일찍 가려다 몇 달을 후회하는 일보다, 3초 늦게 가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좌회전은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의 예술이고, 그 예술의 핵심은 ‘멈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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