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 기조 속에 미국 시민권 승인 건수가 최근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비영리 라디오 NPR이 이민서비스국(USCIS) 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시민권 승인 건수는 3만286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USCIS가 월별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최저치다.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4월 승인 건수는 8만8488건으로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약 9개월 만에 63% 급감했다. 전체 처리 건수(승인·거절 포함)도 지난해 9월 7만8379건에서 올해 1월 3만7832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송정훈 이민법 변호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민권 인터뷰 일정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인터뷰 이후 최종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민권 신청 흐름도 크게 출렁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신청자가 16만9159명으로 최근 4년 사이 가장 많았지만 한 달 뒤인 11월에는 4만1478명으로 급감했다. 한 달 사이 약 75% 줄어든 셈이다. 이후에도 12월 4만2569명, 올해 1월 4만6385명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과 심사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추방 정책과 강화된 심사 기조로 일부 이민자들이 시민권 신청을 서둘렀지만, 이후에는 심사 부담과 불확실성으로 신청을 미루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USCIS는 시민권 심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2020년 도입됐던 시민권 시험을 다시 적용하고 영어 요건도 강화했다. 신청자의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확인하는 한편 이웃 조사도 재도입했다. 신청자의 ‘도덕성’과 헌법 충성 여부를 보다 엄격히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영향으로 현장에서는 시민권 신청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완석 이민법 변호사는 “도덕성 심사와 SNS 활동 확인, 이웃 조사 등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시민권 신청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시험에 합격하고도 인터뷰에서 추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탈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 구사가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들은 인터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시민권 신청을 무조건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신청 시점은 개인 상황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장기 해외 체류나 세금 문제, 형사 기록 등이 있다면 사전에 리스크를 점검한 뒤 신청하는 것이 좋다”며 “요건을 충족하고 기록이 명확하다면 지나치게 지연하기보다 적절한 시점에 신청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민 정책의 불확실성과 심사 강화가 계속될 경우 시민권 신청과 승인 감소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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