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가 명품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와 협업해 출시한 신제품 ‘로열 팝 컬렉션(Royal Pop Collection)’이 전 세계 곳곳에서 ‘오픈런 대란’을 일으켰다. 매장 앞에 수백 명이 몰리면서 몸싸움과 경찰 투입, 최루가스 사용까지 이어졌다. 한정판 열풍과 리셀(재판매) 시장 기대 심리를 자극한 마케팅 전략이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로 번졌다는 지적이다.
1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와치는 지난 16일 로열 팝 컬렉션을 글로벌 동시 출시했다. 오데마 피게의 대표 모델 ‘로열 오크(Royal Oak)’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팝아트 스타일 회중시계 8종으로, 목걸이 펜던트·가방 장식·탁상시계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판매 가격은 개당 400~420달러(약 60만~63만원) 수준이다.
오데마 피게 시계가 보통 수천만원대에서 시작한다는 점 때문에 “60만원에 명품 시계 브랜드 감성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출시 전부터 시계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역대급 협업”이라는 평가가 쏟아졌고, 뉴욕·런던·파리·홍콩·도쿄 등 주요 도시 스와치 매장 앞에는 며칠 전부터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뉴욕 소호 매장 앞에는 캠핑 의자와 담요를 챙겨 밤샘 대기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혼란은 출시 당일 절정에 달했다. 스와치가 온라인 사전예약이나 시간대별 수령 시스템 없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를 진행하면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한정 수량이라는 소문까지 퍼지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지난 15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스와치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오데마 피게x스와치 ‘로열 팝’ 시계 출시를 앞두고 매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두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협업 제품 출시를 앞두고 일부 소비자들은 며칠 전부터 밤샘 대기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리셀업자와 구매자들이 뒤엉켜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이 출동해 군중을 해산시켰다. 프랑스 파리 인근 매장에서는 300여 명이 몰리자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했다. 미국 시카고 외곽에서는 쇼핑객들이 철제 바리케이드를 뛰어넘고 매장 유리문을 두드리며 진입을 시도하는 영상이 SNS에 퍼졌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소호 매장 주변에서는 경찰이 통행을 통제했고 일부는 체포되기도 했다. 혼란 속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쓰러진 사람이 발생해 구급차가 출동한 사례도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매장 두 곳은 아예 출시 행사를 취소했다. 영국·프랑스·미국 일부 매장도 문을 열지 못하거나 주말 내내 영업을 중단했다. 스와치는 결국 “제품 구매를 위해 매장에 대규모로 몰리지 말아달라”고 공지했다.
광풍의 배경에는 리셀 시장 과열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베이(eBay)와 크로노24(Chrono24)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정가 400달러짜리 제품이 한때 6500~9000달러(약 970만~1350만원)에 거래됐다. 8종 풀세트는 2만7000달러(약 4100만원)를 넘는 가격표가 붙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전문적으로 줄을 대신 서주는 ‘라인 시터(line sitter)’까지 등장했다. 시간당 수십 달러를 받고 줄을 서주는 이들까지 가세하면서 “과거 아이폰 출시나 한정판 운동화 열풍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스와치는 논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회사 측은 “로열 팝 컬렉션에 대한 반응은 전 세계적으로 경이로운 수준”이라며 “SNS 조회 수가 110억회를 넘었고 웹사이트 방문도 수백만 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품은 수개월 동안 계속 판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3월 29일 스위스 취리히의 한 스와치 매장에 스와치와 오메가가 협업한 ‘바이오세라믹 문스와치 컬렉션’이 전시돼 있다. [로이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스와치의 ‘노이즈 마케팅 공식’을 다시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와치는 4년 전 자매 브랜드 오메가(Omega)와 협업한 ‘문스와치(MoonSwatch)’ 출시 때도 매장 폐쇄와 몸싸움, 경찰 출동 사태를 겪었다. 당시 한정판처럼 홍보됐던 문스와치는 현재도 판매 중이다.
최근 스와치그룹은 중국 시장 판매 부진과 고가 제품 수요 감소로 실적 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WSJ는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화제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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