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에는 퀘르세틴(quercetin)이라는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어 혈관 벽의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황 화합물은 혈소판이 서로 뭉치는 것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기사에 내 관심이 썰린 것은 내 눈 병 때문이었다. 혈관과 혈소판의 문제로 나는 한쪽 눈 중풍에 걸렸다. 전에는 나는 양파를 즐겨 먹지 않았다.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탁구를 치러 갔던 교회에서 다 분배하고 남은 채소를 가져가라고 했다. 종이 상자 안에는 양파와 양배추, 감자가 들어 있었다. 아내는 내가 가져간 채소로 국을 끓였다. 따뜻한 국물 속에서 양파는 부드럽고 달큰한 맛으로 변해 있었다. 남은 국은 큰 유리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며칠 동안 계속 데워 먹었다.
점심이나 저녁에 국 한 그릇을 데워 밥을 조금 말아먹기도 하고, 때로는 밥 없이 먹기도 했다.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남은 생선이나 닭고기를 조금 넣어 먹었다. “양파가 내 혈관 염증을 조금이라도 줄여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램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먹는 음식양이 자연히 줄어들었다. 먹는 양이 줄어드니 매일 아침 식사후에 보던 배변 습관에 문제가 생겼다. 대변의 양이 적어지다 보니 하루를 건너뛰고 며칠 만에 화장실에 가게 되는 날은 변비로 불편했다. 변의 양이 적어도 옛날처럼 하루에 한번씩 정규적으로 배변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 친구가 대장암 치료를 받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늘 먹던 음식 대신 액체 영양식을 먹다 보니 장 속에 대변이 조금씩만 쌓였고, 그나마 작은 변이 오랜 시간 대장 속에 머무르는 동안 탈수가 되어 단단하게 굳어 버렸다고 했다. 모처럼 화장실에 갈 때면 아내가 고무장갑을 끼고 직접 단단한 변을 파내야 했다고 했다. “하루에 한 번 편안하게 대변보는 것도 큰 복이야.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복 중의 복이라는 걸 병들고 나서야 알게 되더라.” 그가 고백했다.
양파와 양배추, 감자를 넣은 국을 한동안 꾸준히 하루에 한 번은 먹었다. 예전처럼 같은 시간에 하루 한 번 자연스럽게 화장실에 가는 일이 쉬워졌다. 양배추와 양파 속 섬유질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소국이라 양은 많아도 열량은 적다. 무엇보다도, 예전처럼 배변 문제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참 고마웠다.
이제부터는 양파 양배추국을 자주 끓여 놓고 먹자고 우리 부부는 즐겁게 합의를 보았다. 우리는 소금 대신 된장을 넣어 국을 끓여 보기로 했다. “이 국에 단백질까지 보충하면 생선이나 고기를 따로 많이 먹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인공지능에게 물어보았다.
인공지능은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보강하기 위해 콩 종류와 (렌틸콩, 병아리콩, 검은콩, 강낭콩, 완두콩), 곡류 (귀리, 보리, 율무, 퀴노아, 현미), 씨앗류(들깨가루, 참깨, 아마씨 가루, 치아씨드)를 추천한다. 특히 양배추와 양파에 렌틸콩과 들깨가루를 넣어 끓이면 소화 부담이 적고 혈관 건강과 장 건강에 도움이 되며, 노년기에 중요한 근육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채소국을 오래 끓이면 양파와 양배추 속 영양분이 다 파괴되는 것은 아닐까?” 다시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양파와 양배추 속 비타민 C와 비타민 B군은 열에 약하고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오래 끓이면 일부 줄어든다. 그러나 칼륨과 칼슘 같은 미네랄은 국물 속으로 우러나오기 때문에 국물까지 먹으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또 양파와 양배추 속 항산화 성분도 끓인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영양을 비교적 잘 보존하려면 너무 오래 끓이지 말고 중간 불에서 10분에서 20분 정도 끓이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들깨가루나 올리브 오일을 조금 넣어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우연히 얻어 온 채소로 시작된 양파 양배추국이 이제는 내 몸의 작은 변화를 지켜보게 하는 음식이 되었다. 앞으로는 렌틸콩이나 들깨가루 같은 단백질 재료도 넣어 가며,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천천히 살펴보려 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거창한 보약보다도 이렇게 소박한 한 그릇의 국이 나의 건강을 도와주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