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불태우는 행동은 역사적으로 흑인 커뮤니티를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혐오의 상징이었다. 그런 일이 최근 다시 일어났다. 지난 6월 9일 시카고에서 대형 십자자가 불타는 장면이 목격됐다. 아시안 커뮤니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영문 언론 ‘AsAm뉴스’에 따르면 범인은 21세 청년이었다. 경찰은 그를 혐오 범죄 혐의로 체포했다. 이 사건은 노예제 폐지를 기념하고 흑인 커뮤니티의 저항 정신을 기리는 준틴스(6월 19일) 열흘 전에 발생했다.
아직도 이런 혐오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최근의 미국 내 정치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연방정부가 이민자와 흑인을 비롯한 소수계에 대한 탄압을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미국인들이 인종차별에 무감해지고 있다. 이에 아시안 커뮤니티도 이번 사건에 대한 규탄에 나섰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와 미교협 일리노이주 소속단체인 하나센터는 함께 성명을 내고 “이번 끔찍한 사건이 인종차별을 끝장내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며 “한인과 아시안 커뮤니티 안의 반흑인 정서를 없애는 데에도 필요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미교협은 흑인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우리 우지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 ‘우리’와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우지마(공동의 일과 책임)’를 합한 ‘우리 우지마’는 흑인과 한인 그리고 아시안 커뮤니티의 연대를 상징한다. 미교협과 흑인 이민자 권익 단체인 ‘언다큐블랙 네트워크(UBN)’가 함께하는 이 프로젝트는 2017년 워싱턴DC에서 제1회 ‘흑인-아태계 이민자 행동의 날’ 행사로 시작됐다. 수백여 한인과 아시안, 흑인 이민자들이 모여 백인 우월주의와 반흑인 정서가 우리의 삶에 미친 영향을 나누는 워크숍도 진행했다.
미교협 김정우 공동 사무총장 AsAM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아시안 범죄와 반흑인 정서는 모두 중요한 문제이고 서로 연결돼 있다”며 “이민자와 소수계 모두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진정한 연대란 불편하더라도 불평등에 맞서 함께 옳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아시안, 이민자, 흑인이 함께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우리가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교협 지역 단체들도 흑인 커뮤니티와 풀뿌리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센터는 경찰 폭력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2020년) 이후 흑인과 아시안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인 2세들이 이민자 부모들에게 반흑인 정서에 대해 어떻게 교육하고 대화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면서 시작됐다. 하나센터는 인종정의위원회와 함께 ‘거북이 학교’를 만들어 커뮤니티 내 인종차별과 반흑인 정서에 맞서고 있다. 1세와 2세 한인들이 함께하는 이 모임에서는 흑인 역사를 배우는 ‘민중 아카데미’도 운영한다.
하나센터 다내 코박 사무총장은 “이민자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인종에 대한 이해가 매우 다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세대 간 소통과 교육, 그리고 혐오와 인종차별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안과 이민자 커뮤니티가 발전하는 것은 흑인들의 해방과 깊게 연결돼 있다”며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연대하여 함께 싸울 때 우리는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