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날 군 통수권 이양받고 현충원 참배
여대야소·행정·입법 ‘수퍼 파워’ 정부 탄생
한국의 제21대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당선인이 4일(한국시간) 취임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대통령 파면의 여파 속에 치러진 사상 두 번째 조기 대선에서 민심은 결국 3년 만의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이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숨 가쁜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전 6시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제21대 대선 개표 결과에 따라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했다. 당선 의결 시점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이양받고, 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새 정부의 시작을 알렸다. 취임 선서는 국회에서 진행됐다.
이에 앞서 이 당선인은 오전 1시20분께 여의도에서 연설을 통해 “여러분이 제게 맡기신 첫 번째 사명인 내란을 극복할 것”이라며 사실상의 수락 연설을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오전 1시 30분께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직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던 이 당선인이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유로는 역시 유권자들 사이에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옛 여권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볼 수 있는 작년 4월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가뜩이나 정권의 국정운영 동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3일 벌어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중도층 민심의 이탈을 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번 대선으로 정치권 지형도 극적인 변화를 맞았다. 여당인 민주당이 과반인 171석을 차지하면서 극단적인 여대야소 정국이 만들어졌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채로 임기를 시작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2013년 2월 취임 당시 한나라당 153석) 이후 12년 만이다.
나아가 민주당과 연대해 선거를 치른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의석수를 더하고,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종민 의원 등 무소속 2석까지 합치면 여권 우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의 숫자는 재적 300명 중 190명으로 불어난다. 행정부와 입법부 양쪽의 주도권을 모두 가지는 ‘수퍼 파워’ 집권당이 탄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는 정치·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초반부터 상당한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내란 종식’을 내걸고 대선을 치렀다는 점에서 정권 초반에는 계엄 사태 및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