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당국, 변호사 접견, 가족간 통화도 차단해
김씨는 텍사스 A&M 대학 박사과정 백신 연구자
미국에서 35년 넘게 거주한 한인 영주권자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SFO)에서 ‘2차 심사’ 명목으로 8일째 감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태흥(40) 씨가 남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하고 지난 21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린 뒤 이민국 직원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김씨를 억류하고, 변호사 접견도 차단했다고 29일 보도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에릭 리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5살부터 미국에서 거주해왔으며, 텍사스 A&M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영주권 소지자다. 그는 현재 A&M 대학에서 라임병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25일 어머니와 짧게 통화한 것을 제외하고는 변호사와 통화하거나 가족과 직접 소통하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고 작은 방에 갇혀 있는 상태다. 가족과의 연락은 이민국 직원이 김씨 옆에서 김씨의 휴대전화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간접적인 문자 메시지’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김씨는 만성 천식 환자로, 약을 제대로 공급받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씨의 변호인은 CBP(세관국경보호국) 감독관에게 전화해 적법절차에 따른 권리(수정헌법 제5조)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수정헌법 제6조)가 김씨에게 적용되는지 물었을 때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CBP 규정상 최대 억류 기간은 72시간(3일)임에도 불구하고 법을 어기고 일주일 넘게 억류하고 있다.
에릭 리 변호사는 “만약 헌법이 35년 동안 미국에 거주했으며, 단 2주 휴가를 위해 출국한 영주권 소지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기본적으로 그보다 짧은 기간 이 나라에 거주한 사람에게는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씨와 직접 접촉하거나 관계자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구금된 이유를 추측할 뿐이라면서도 “아마도 2011년 마약 혐의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씨는 2011년 텍사스주에서 경미한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사회봉사 요건을 충족하고 범죄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 위한 청원이 받아들여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씨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는 29일 성명을 통해 “책임을 다하고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마땅하다. CBP와 ICE(이민세관단속국)가 즉각 김씨를 석방해 학업과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어머니 샤론 리(65) 씨는 “남편과 저는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받는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고 믿고 이민 왔다. 수십년 동안 삶을 일궈왔으며, 제 아이들은 미국이 고향이다. 태흥이가 단지 실수를 했거나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갇히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샤론 리씨 부부는 1980년대 사업비자로 미국에 와 귀화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두 형제는 자동 시민권 혜택 연령을 넘겨 합법적인 영주권자로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베키 벨코어 미교협 공동대표는 “이번 구금은 현 정권의 이민자와 아시안 커뮤니티에 대한 헌법적 권리 탄압이 얼마나 위험하게 확대됐는지 보여준다. 한 명, 한 커뮤니티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모두의 권리가 무너진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