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세 등등한 관세폭풍이 커피와 코코아에 한 풀 꺾였다. 이들 기호식품을 관세 면제 대상이 포함할 가능성이 나오면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9일 CNBC 시사 프로그램 ‘스쿼크박스’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체결한 무역 협정에서는 미국에서 재배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 무관세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며 “이 원칙은 인도네시아, 유럽연합(EU)과의 협정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품목엔 망고, 파인애플, 커피콩, 코코아 열매 등 열대 지역에서 재배된 자원이 포함된다. 러트닉은 “EU는 코르크(나무껍질)를 예로 들었는데, 이것도 미국 내에서는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무관세 수입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지난주 백악관이 공개한 ‘미국-인도네시아 상호무역협정’ 조항에도 “미국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일부 품목을 상호 관세율 감축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일부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자국 제품을 미국에 19% 관세율로 판매하기로 했지만, 커피·코코아 등 열대 자원은 향후 무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러트닉 장관은 브라질처럼 미국과 아직 무역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열대 자원의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브라질의 현 정부를 비판하며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 법원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해 부당한 판단을 내렸다”며 오는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한 뒤, 군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의 아군으로 불린 인물이기도 하다.
당초 10%였던 관세가 5배 급증하면서 브라질산 커피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브라질산 커피 소비량의 3분의 1이 미국에 공급되는 만큼, 커피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최근 매년 60kg(132파운드)짜리 커피 봉지를 약 800만 개나 수출해왔다.
일각에선 미국의 관세 대응책으로 브라질이 미국 농가, 특히 브라질 쿼터제 때문에 배제된 콩 재배 농가에 대한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한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