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성공, 췌장염 피했다” 술 마시며 20kg 뺀 의사 꿀팁

“오늘도 ‘햇반’ 하나를 다 못 먹을 거 같았지만, 억지로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20대 의사 A씨는 지난 8개월간 110㎏이었던 체중이 90㎏ 아래로 내려갔다. 먹고 싶은 음식을 억지로 참지 않았고, 술자리도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살이 20㎏ 넘게 빠졌다. 그 이유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였다. A씨는 “맛있는 걸 안 가리고 먹어도 양이 저절로 조절돼 좋았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과체중·비만에 해당하는 한국인(15세 이상) 비율은 36.5%다. 2013년 31.5%에서 꾸준히 증가해 10명 중 4명에 가까워졌다.

늘어나는 비만 인구만큼 약에 대한 궁금증도 끊이질 않는다. 위고비만 맞으면 정말 살이 쭉쭉 빠지는 건지, 어렵게 감량했는데 ‘요요 현상’이 오는 건 아닌지, 꼭 위고비만 효과가 있는 건지…. 김민선(대한비만학회 이사장)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비만 치료제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위고비를 맞는데 초반엔 살이 잘 안 빠지는 것 같다. 원래 그런 것인가.
A. 위고비는 0.25㎎에서 시작해 최대 2.4㎎까지 용량을 서서히 올리며 사용한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낮은 용량부터 천천히 증량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최대 용량에 도달하는 4~5개월쯤 되면 살이 빠졌다고 느낄 것이다.

Q. 메스꺼움·구토 등 부작용은 왜 발생하나. 
A. 대부분은 사용 초기부터 고용량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위고비는 약값이 비싼 데다 용량과 관계없이 가격이 동일해 효과를 빨리 보려는 마음에 처음부터 높은 용량을 맞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구토·설사 같은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난다. 약물 용량을 용법대로 차차 올리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출산 1년9개월 만에 체중 90㎏에서 30㎏을 뺐다고 최근 밝힌 방송인 박수홍의 부인 김다예씨는 유튜브에서 “지인이 (위고비를 맞고) 췌장염에 걸렸다고 해 나는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사진 박수홍 유튜브(‘박수홍 행복해다홍’) 캡처

Q. 약을 끊으면 살이 다시 찌나.  
A. 위고비는 맞는 동안에만 효과가 있다. 그래서 중단 시기는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그 이후다. 예를 들어 위고비로 10㎏을 감량했다면 약을 끊은 뒤에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체중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 사라진 10㎏을 지킬 수 있다. 만약 살찌는 조짐이 보이면 의사와 상의해 위고비를 다시 쓰는 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Q. “위고비보다 자린고비”라며 ‘맞은 셈치고’ 다이어트를 하라는 말도 있다.
A. 의학적으로는 ‘위약 효과(Placebo Effect)’로 설명된다. 모든 약에서 5% 정도는 이 효과가 나타난다. 주로 환자가 진짜 약이라고 믿고 복용할 때 생긴다. 하지만 ‘맞은 셈치자’고 스스로 인식했다면 약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Q. 위고비 이름을 딴 유사 약이 범람하는데 효과 있을까.
A. 위고비의 주된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판매되는 필름 형태 제품이나 약들은 이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을 것이다. 위고비 이름만 차용해 만든 제품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