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안보부(DHS)가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 여성을 추방하면서 시민권자인 그녀의 어린 자녀들까지 함께 추방해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LA타임스는 멕시코 최남단 산간지대인 와하카주 요후엘라 산골 마을로 쫓겨난 남가주 출신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추방된 가족의 가장인 마티아스 아퀴노(43)는 새로운 환경에서 미국 시민권자인 아리스베스(2)와 케일라니(5) 두 딸을 비롯한 가족들을 다독이며 생존에 여념이 없다.
신문에 따르면 아퀴노는 지난 7월 10일 카마릴로 마리화나 농장의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체포된 300명 중 한 사람이다. 이날 농장에서 같이 일하던 아퀴노의 멕시코 국적 두 딸(16, 19)도 함께 연행됐다.
마리화나 농장에서 240명을 인솔하던 작업반장 아퀴노의 삶은 이날 단속으로 무너졌다. 아퀴노는 구금센터에서 ‘자진출국 또는 구금 속 기약없는 추방재판’ 두 가지 선택지를 강요받았다고 한다.
결국 젖먹이 시민권자 딸을 둔 아퀴노는 자진출국을 선택했고, 엄마와 떨어질 수 없는 어린 두 딸도 멕시코로 쫓겨났다. 또 함께 연행됐던 두 딸과 딸이 미국에서 낳은 손자 리암 야이르(2)도 아퀴노와 함께 멕시코 땅을 밟았다.
아퀴노 3대 가족은 이민당국의 연행 10일 만에 멕시코 최남단 요후엘라 산골 마을로 가기 위해 장거리 버스 이동을 견뎌야 했다. 아퀴노는 하루 일당이 10달러인 고향의 노동시장에서 가족 6명이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아퀴노는 남가주에서 나고 자란 시민권자 두 딸과 손자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삶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10대 때부터 국경을 12번 이상 넘었다는 아퀴노는 남가주 복귀를 꿈꿔보지만, 현실은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
아퀴노는 “아이들 앞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혼자 있으면 눈물이 난다”면서 “트럼프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추방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농장에서 (미국인을 대신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까지 쫓아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LA타임스는 DHS 측에 시민권자 자녀 동반 추방 문제에 관해 문의했지만,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