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하느라 차선 못바꿔 돌아가기도
3~5불 비싸지만 운전사 팁 부담 없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애틀랜타 곳곳을 누비고 있다. 피치트리 코너스 시에서는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로보택시가 돌아다니고, 애틀랜타 다운타운과 벅헤드에서는 승객의 출발지와 목적지에 따라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승차공유 서비스가 지난 6월말부터 도입됐다.
한가한 도로가 아닌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선보인 자율주행기술에 주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애틀랜타에서는 아직 상용 자율주행택시 서비스가 본격 개시되지 않아 기존 차량 호출서비스인 우버를 통해 무작위 배치에 성공해야 탑승이 가능하다. 현재 운행 중인 웨이모 차량 수는 서비스 지역 65제곱마일의 주민 수 600만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십대 수준이다. 전국 5개 도시에서만 서비스를 개시한 웨이모는 애틀랜타 내 차량을 100대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아직 수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모 우버 서비스 지역
18일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틀랜타의 한 승객을 인용해 “한시간 동안 스무 번의 승차 요청을 번복한 끝에 자율차 배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웨이모를 타기 위해 두 블록을 걸어 서비스 가능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FOX5는 ‘애틀랜타 웨이모 이용 팁’이라는 기사에서 “우버 앱에서 자율차 배치 선호기능을 켜두고 4마일 이내 짧은 경로를 설정한 뒤 컴포트 전기차(Comfort Electric)를 요청하라”며 “고속도로 통행과 야간·주말 시간대를 피하면 웨이모 배치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귀띰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세차례 유인차량 배차를 취소하고 폰스 시티 마켓에서 웨이모 무인택시를 탈 수 있었다. 차종은 재규어의 전기차 SUV인 I-PACE. 차량을 호출한 휴대폰의 위치정보(GPS)를 공유하자 손잡이가 튀어나왔다. 29개 카메라·6개 레이더·5개 라이다가 설치돼 차량 주위 최대 300m 3차원(3D) 지도를 생성한다.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값비싼 센서 ‘라이다'(LiDAR)는 초당 수백만개 레이저 광선(빛)을 사방에 발사해 주위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거리를 계산하는 기술이다.
편도 1차로에서 반대편 차량을 발견하자 우측 가장자리로 양보한 웨이모.
오후 7시 오번 애비뉴(Auburn Ave)에 있는 마틴 루터 킹 역사 공원으로 향하는 북적이는 퇴근길 도로에서도 웨이모 로보 택시는 뛰어난 운전 실력을 발휘했다. 크루즈 컨트롤을 통해 제한속도 시속 35마일에 정확히 맞춰 주행한다. 편도 1차로에서 반대편 차량을 마주치자 우측 가장자리 평행주차된 차량 사이로 붙어서 일시 정지하기도 했다. 비보호 좌회전 구간에선 제동을 반복하며 슬금슬금 머리를 들이밀어 통과했다. 모니터에는 자전거, 오토바이, 행인도 정확히 표시됐다. 아쉬운 점은 운전자에게 양보하느라 차선 변경에 실패해 가까운 거리를 빙 돌아가는 경우였다.
현재 서비스 가격은 탑승 1회당 일반 호출보다 3~5달러 비싼 수준이다. 경차와 달리 넓은 레그룸을 가진 컴포트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11분 거리 1.97마일을 탑승하는 데 16달러가 들었다. 다만 운전사 팁 부담이 없다.
조지아주에는 무료로 탈 수 있는 자율주행 차량도 있다. 미시간주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메이 모빌리티’는 지난 4월부터 피치트리 코너스에서 무인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이 회사가 상업용 자율주행차량을 운행하는 것은 조지아가 처음이다. 다만 28일 탑승한 무인택시에는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운전자가 탑승해 있었다. 택시는 시청을 중심으로 호텔, 식당, 오피스 단지 등 주요 8개 거점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운행한다. 피치트리 코너스에 위치한 5G 기술연구센터 ‘큐리오시티 랩'(Curiosity Lab)에서 지난해 9월부터 훈련을 거쳤다. 시와 연구센터가 기업들에 도로 인프라를 무상으로 내준 덕에 더크(Derq), 시스코(Cisco), 파르손(Parsons) 등 다양한 자율주행차 제조사가 이곳에서 신기술을 개발 중이다.
메이 모빌리티 조수석 자리에 차량 제어용 대형 컴퓨터가 장착돼 있다.
무인택시는 메이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무료로 호출할 수 있다. 운행 시간은 월~금 평일 오전 9시반부터 오후 3시까지. 택시로 사용되는 차량은 토요타의 미니밴 시에나다. 조수석을 통째로 들어내고 그자리에 차량 제어용 대형 컴퓨터를 앉혔다. 메이는 우버의 경쟁사 리프트와 손잡고 올해부터 애틀랜타에서 자율주행 무인차량을 시범운행하고 있다.
무인자동차 상용화는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조지아주는 관련 규제가 없다시피해 성장세가 빠르다. 주의회는 2017년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합법화했는데, 사업자 보험 가입, 탑승자 안전벨트 착용 등의 최소한 규제만 명시했다. 타주가 자율 주행의 기초 자료인 데이터 축적을 의무화하고 통신 및 주행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과 다르다. 웨이모는 내년 애틀랜타에서 우버를 거치지 않고도 무인택시를 탈 수 있도록 자체 서비스 ‘웨이모 원’을 본격 운행한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