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값 폭등의 원인이 중국인 등 외국인의 주택 구매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예고했다.
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미국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해 구매세가 둔화한 가운데 중국인 부유층이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외국인이 구매한 중고주택은 7만8100채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중 중국인이 15%로 가장 많았는데, 이들은 다른 국가 출신보다 더 비싼 주택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의 평균 주택 구매 가격 75만9600달러(약 10억5500만원)로 전체 평균인 40만3100달러(약 5억60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웠다.
외국인의 주택 구매는 주로 도시지역에 집중돼있다. 가뜩이나 비싼 도시 부동산이 더 과열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인의 36%는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에 투자했는데. 메릴랜드와 뉴욕, 하와이, 조지아도 인기 지역이다. 또 중국인의 70%는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집을 구매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부유층은 주택을 임대하기 보다 직접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을 임대하려면 추가 보증을 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직접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플랫폼 쥐와이(居外)의 카시프 앙사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인에게 미국에서 집을 사는 건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미국 중산층도 집 못 산다…외국인에 호재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성경박물관에서 열린 종교자유위원회 청문회에서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의 연설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정작 미국인들은 집을 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미국 중고주택 평균가는 42만2400달러(약 5억8600만원)로 4년 만에 40% 상승했다.
최근 수년간 기준금리가 4~5% 수준으로 유지돼 가계 대출 부담도 커졌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10년물 국채의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30년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3월 기준 6.65%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전미부동산협회의 맷 크리스토퍼슨 연구책임자는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국내 수요가 침체하고, 쌓인 매물이 외국 부유층에게 호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에선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권익 단체인 백인회는 미 50개 주중 30개 주가 관련 규제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에선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은 거주 목적 외의 부동산 보유를 금지하고, 1년 이상 시설 임대를 허용하지 않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새 규제를 이달 도입했다.
닛케이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위협적이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