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조지아주 사바나에서 발생한 현대-LG합작 배터리 공장 이민국 단속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ICE의 영장에는 오랜 기간 공장을 헬리콥터 등으로 감시했으며, 회사 내 고용 관련 서류 및 이민서류를 압수할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게다가 체포된 한인들은 외국인등록번호(A-number) 등이 부여되었고, 앞으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향후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비기관 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 결과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20일 “정보 사일로”를 제거하고 기관 간 데이터 공유를 촉구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민국, 국무부, 국세청(IRS) 등이 개인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정부기관은 각각 정보를 다른 정부기관과 공유하지 않아왔다. 예를 들어 이민국은 서류미비자에 대한 조치가 가능하지만, 국세청(IRS)는 서류미비자에게도 세금보고를 권장했다. 세금을 낸 서류미비자의 주소, 이름 등 개인정보를 다른 정부기관과 공유하지 않는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공유 행정명령을 막을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 1974년 제정된 프라이버시법은 디지털 시대의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 대규모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기 전에 만들어진 이 법은 오늘날 기관 간 데이터 공유와 재사용에 대한 책임성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다. 이런 법적 공백 속에서 정부 기관들은 시민들이 특정 목적으로 제공한 개인정보를 전혀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미국 성인 3명 중 1명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스캔했고, 4명 중 3명의 운전면허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으며, 공공요금 기록을 통해 4명 중 3명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ICE의 감시 기술 지출은 연간 7,100만 달러에서 3억 8,8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14년 동안 총 28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민자 감시를 위해 개발된 도구들이 결코 원래의 용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안보부(DHS)는 이미 범죄 혐의와 무관하게 수천 명으로부터 매일 DNA 샘플을 채취해 연방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하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DHS가 이민자들의 DNA 수집을 “미래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소셜 미디어 감시의 확대다. 2019년부터 미국 국무부는 한국 등 거의 모든 비자 신청자에게 지난 5년간 사용한 소셜 미디어 ID와 주소를을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냉각 효과”를 낳는다. 시민들은 자신의 발언이 가족이나 친구의 비자 신청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감시 체계의 확장은 시민들의 정부 및 공공 참여를 위축시킨다. 미국 정부가 자신의 정보를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재사용한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세금 신고를 회피하거나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결국 공공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불공정하게 만들며, 민주주의의 기반을 침식한다고 조지타운 대학 에메랄드 체(Emerald Tse) 연구원은 지적한다.
역사는 감시 도구가 한번 도입되면 그 범위가 조용히 확장되어 결국 모든 사람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개인정보 남용은 미국이 미국 ‘감시 국가’로 바뀔수 있음을 경고한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니콜 알바레즈(Nicole Alvarez) 선임 분석가는 이를 “디지털 감시탑”이라 명명했다. “이 감시탑은 현재 이민자 커뮤니티를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미국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위협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감시 체계의 확장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정치적 선택이다. 이민자를 표적으로 시작된 감시는 결국 모든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도구로 변모할 것이다. 행정 효율성과 국가 안보라는 명목 하에 도입되는 감시 체계가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침식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