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에 프랑스 왕실 보석을 털린 루브르 박물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반려했다.
21일 일간 르피가로 보도에 따르면 로랑스 데카르 관장은 지난 19일 사건 발생 후 엘리제궁에 사직서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데카르 관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최초의 여성 루브르 박물관장으로, 2021년 9월부터 직을 맡아오고 있다.
르피가로는 최근 며칠간 마크롱 대통령이 데카르 관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견디시라. 박물관 개보수 추진 동력을 꺾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도 데카르 관장 감싸기에 나섰다.
다티 장관은 21일 루브르 노조 대표들을 만나 “데카르 관장의 목을 내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의회에서 의원들의 추궁에는 “이번 도난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지만 당시 보안 장치가 제대로 작동 안 한 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루브르 박물관 노조도 박물관장의 사퇴보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들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이번 비극적 사건은 국가 유산 보호가 예산 삭감과 인력 부족으로 약화한 시스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22일 국무회의에서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강화 조치를 가속화하라”고 요구했다고 모드 브레종 정부 대변인이 설명했다.
지난 19일 도난 사건 발생 후 이틀 연속 폐관했던 루브르 박물관은 21일 정기 휴무일을 거쳐 이날 사흘 만에 재개관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왕실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난 일당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파리 검찰은 도난당한 보석의 가치를 총 1400억원 상당으로 추산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