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창작의 도구일까 경쟁자일까. 예술·창작 분야에 도입되는 AI 기술에 대한 창작자·이용자 반발이 커지자, 제작 외 분야에 AI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무슨 일이야
지난달 28일 일본 콘텐트해외유통촉진기구(CODA)는 “영상 AI 모델 ‘소라 2’ 학습에 회원사 콘텐트를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오픈AI에 발송했다. 지난 9월 말 공개된 소라2에서 이용자들이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동영상으로 생성해 공유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공개 경고한 것이다. 이 단체에는 지브리 스튜디오 등이 포함돼 있다. 오픈AI는 상반기 챗GPT를 통한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으로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지난 9월 미국에서는 AI 배우 ‘틸리 노우드’를 앞세운 영화가 등장하자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이 “AI 배우는 현실 배우들의 연기를 훔치고 쫓아낸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이게 왜 중요해
AI를 직접 창작에 활용한 콘텐트에 대한 반발이 점차 커짐에 따라, AI 업계에선 창작 작업 외 분야에 간접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오픈AI 코리아 개소식 당시 현장에서 소개된 스타트업 아투는 창작자들과 구매자들을 AI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작품 사진을 찍어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AI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가상공간에 작품을 구현해낸다. 작품을 구매하고 싶은 이들이 ‘이런 스타일 회화 작품을 찾아줘’라고 입력하면 그에 맞는 작품을 찾고 연결해준다. 송보영 아투 대표는 “창작 산업에서 AI가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방식은 ‘인간의 창의성 영역을 침해하고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비판 대상이 되곤 한다”며 “기술을 이용해 반감 없이 창작 활동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AI를 활용해 그림을 복원하거나 위작을 감별해내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위스의 IT 기업 아트 레코그니션은 AI를 활용해 위작을 감별한다. 작가의 세세한 작품 스타일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작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지난 9월에는 수십년간 카라바조의 위작으로 알려졌던 회화 작품이 이 회사 기술을 이용해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별돼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MIT 연구진이 네이처지에 AI를 활용해 명화를 복원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원본에 가깝게 복원을 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복원된 이력 등을 알 수 있고, 전통적인 방식보다 속도가 66배 빠르다.
국내 웹툰 플랫폼들도 작품 자체를 AI로 그리는 게 아닌, 부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한다. 네이버웹툰은 사진을 인기 작가 작풍으로 캐리커처를 그려주거나, AI를 활용해 불법 유포된 작품을 잡아내는 툰레이더 등 기능을 도입했고, 카카오웹툰은 웹툰과 웹소설 줄거리를 요약해 숏폼을 만들어주는 AI 모델 헬릭스 쇼츠를 도입했다.
이용자도 AI 창작 거부감
이처럼 AI를 창작 외 분야에서 활용하게 된 배경에는 창작자와 AI의 충돌이 있다. 지난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년 2분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콘텐트 산업 내 AI 도입률은 20% 안팎이다. AI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하기 시작하면 지나치게 의존할 것 같아서’, ‘AI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등 답변이 상위권에 꼽혔다.

정근영 디자이너
콘텐트 이용자들도 ‘AI를 활용한 창작물은 성의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하기도 한다. 지난달 출시된 스마일게이트 신작 게임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에서 캐릭터의 손가락이 6개인 비정상적인 일러스트가 발견되자, ‘AI를 사용했다’는 이용자들 비판이 빗발쳤다. 제작사인 김형석 슈퍼크리에이티브 대표는 지난 1일 라이브 방송을 열어 “AI 애셋(자료)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직접 해명해야 했다. 2023년에는 이용자들이 AI를 활용한 웹툰에 ‘별점 테러’를 하는 등 보이콧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업계에선 창작자들과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한 콘텐트 업계 관계자는 “창작자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AI 사용에 대한 불만을 알고 있고, 아직까지 제작 단계에서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크리에이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도 “아직은 숏폼 등 2차 창작 단계에서만 AI를 활용하는 단계”라고 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AI로 탄생한 2050년의 현대인 '샘' [위워드 홈페이지 캡처]](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11/AI-현대인-350x250.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 10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10/2025-10-10T155541Z_1020839363_RC239HAJ5N2X_RTRMADP_3_USA-TRUMP-350x250.jpg)

![미국 전역에서 화이트칼라(사무직·전문직)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https://www.atlantajoongang.com/wp-content/uploads/2025/10/ChatGPT-Image-Oct-29-2025-04_59_15-PM_800-e1761775908194-350x250.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