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뷰티 기업의 제품을 위조한 ‘짝퉁 화장품’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올해에만 2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중앙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세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이 올해 1~9월까지 적발한 국내 뷰티 브랜드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 규모는 총 220억원으로 지난해(9억원) 대비 24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 뷰티 브랜드 제품인 것처럼 위조한 가품들이다. 2020년만 해도 1억원 수준이었는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위조 화장품의 최초 수출지로는 중국이 가장 많았다. 위조 화장품은 물품이 실제로 출발한 국가(적출국)를 기준으로 적발하는데, 올 들어 9월까지 위조 화장품 적출국의 99%는 중국이었고, 태국이 0.1%를 차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해는 중국발 위조 화장품이 미국을 거쳐 국내로 반입된 사례가 이례적으로 많았다”며 “적발된 금액의 81%(178억원)가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위조 화장품은 국내 뷰티 브랜드의 디자인과 제품명을 그대로 모방해 소비자가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메디큐브의 콜라겐 마스크를 위조한 가품의 경우 정품 제품명 중 ‘콜라겐’이라는 단어를 ‘골라겐’으로 바꾸고, 용량·포장은 정품과 똑같이 만들어 소비자 혼동을 유발했다고 한다.
위조품 제조업자들은 고가의 K뷰티 브랜드부터 가성비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베꼈다.
제품명 콜라겐을 골라겐으로…눈으로 구별 어려워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제조된 위조 화장품 중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위조품(541개)이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서는 대중 브랜드에 대한 위조가 급증했다. 가성비 화장품의 대표주자 격인 마녀공장 위조품이 952개로 1위, 설화수가 812개로 2위였다(9월 기준).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위조 화장품은 성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라며 “기업의 지적재산권침해뿐 아니라 K뷰티 제품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개별 기업들은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계 기관과 협력해 위조 화장품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외 세관과 긴밀히 협력해 위조품이 수입 통관 단계에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위조품 생산과 유통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선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과 민관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K뷰티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세관과 유관 기관에 제작·배포하고 있다”며 “지식재산처 및 해외 직구 플랫폼들과 협력해 위조품 적발을 강화하고, 내년 중 K-브랜드 보호를 위한 민관 실무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082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미국 수출 증가와 중화권 시장 사업구조 개편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39% 각각 증가했다. 뷰티 시가총액 1위인 에이피알은 올해 3분기 매출 3859억원, 영업이익 961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노유림 기자 noh.yu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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