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 중)”
시를 소리내 읽으며 아이의 심정을 느껴본다. 시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1990년대 시작된 최신 학문인 서사의학은 의료인이 환자의 이야기, 즉 서사에 반응해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성찰에서 시작됐다. 15일 조지아대(UGA) 귀넷 캠퍼스에서 한인 상담사 30여명이 모여 서사의학에서 제시한 ‘자세히 읽기’ 훈련 워크숍을 가졌다. 행사는 둘루스의 한인 청소년 비영리단체 ‘크로스 커넥션 인터내셔널'(CCI)이 주최했다.
이날 워크숍 진행자로 나선 유달석 서울성경신학대학원 교수(삼담학)는 “의료진이 서사적 역량을 길러야 개별 환자의 주관적 고통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며 “문학 텍스트 속 인물, 공간에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을 반복해 상담에서 공감 빈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유년기 외로움을 묘사한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 21살 스포츠 매장 판매원 소희를 그린 권여선의 소설 ‘손톱’ 등을 읽으며 덜 자란, 불완전한 존재들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귀넷카운티의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모자이크 조지아’에서 일하는 헬렌 차 상담가는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사는 차세대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와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우리 세대가 모른다고 해서 덮어두고 방관하면 안된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서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수록 상담 효과가 높아진다”고 했다.
유 교수는 “환자의 증상을 생물학적, 의학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고통을 호소하는 존재 그자체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사의학적 훈련은 누군가의 아픔을 직면하는 상담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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