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시작된 데이트 매칭 앱이 명문대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스탠퍼드데일리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시된 학생 간 매칭 서비스 ‘데이트 드롭(Date Drop)’이 스탠퍼드대에서 큰 인기를 끌며 ‘제2의 페이스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한 학기 만에 학부생 7500여명 가운데 67% 수준인 5000명 이상이 가입했다. 새 데이트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 학생 5000여명은 매주 화요일 밤 9시마다 스마트폰 이메일 알람을 기다린다고 한다.
컴퓨터공학 대학원생 헨리 웡이 3주 만에 개발한 데이트 드롭은 틴더처럼 끝없이 상대를 넘겨보는 ‘무한 스크롤’ 방식에 피로를 느낀 학생들의 수요를 파고들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한 명의 상대가 ‘투하(drop)’되는 구조다.
가입자는 가치관과 생활방식, 정치적 견해 등을 묻는 66개 문항에 답해야 한다. 질문에는 “나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동의한다”, “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 같은 내용이 포함된다. 응답을 토대로 성향이 맞는 상대를 연결한다.
가벼운 만남보다 진지하고 효율적인 관계를 선호하는 명문대 학생들의 취향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구가 두 사람을 이어주는 ‘큐피드’ 기능이나 관심 있는 인물을 비공개로 등록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재학생이 만들었고 학교 이메일 인증을 기반으로 캠퍼스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했다는 점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하버드대 재학 시절 선보인 페이스북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앱은 출시 반년도 되지 않아 컬럼비아대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10개 대학으로 확산했고, 210만 달러(약 3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차이점도 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적극적인 연결을 중심에 뒀다면 데이트 드롭은 알고리즘이 점지해준 상대를 기다리는 수동적 방식이 강하다.
또 페이스북이 ‘외모 평가’ 논란에서 출발한 것과 달리, 데이트 드롭은 가치관을 중심으로 한 관계 형성을 내세운다.
웡은 링크트인에서 “스탠퍼드대 싱글의 96%는 장기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서비스를 두고 ‘스탠퍼드식 문제 해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학년 재학생 앨러나 장은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성공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사회적 교류를 뒷전으로 미뤄놓는다”며 “연애 관계는커녕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게 스탠퍼드대생들”이라고 말했다.
학업과 커리어를 우선시하느라 미뤄둔 사회적 관계를 플랫폼을 통해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이른바 ‘사랑의 게임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또 다른 데이팅 서비스인 ‘매리지팩트(Marriage Pact)’ 역시 2017년 스탠퍼드에서 탄생했다. 최근 매리지팩트 측은 데이트 드롭이 자사 서비스와 유사하다며 지난해 11월 운영 중단을 요구했고 두 서비스 간 법적 분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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