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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애틀랜타 오피니언

[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부족함을 안다는 것

김건흡 / MDC사랑복지센터 회원

02/18/26
in 애틀랜타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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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최고의 명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러나 태종,은 천하의 패륜아였다. 제위에 오르기 위해 이세민은 현무문에서 태자였던 형 건성과 동생 원길을 살해하고 아비를 겁박했다. 뿐만 아니라 동생 원길의 부인을 후궁으로 들여 앉히기까지 했다. 그만하면 인의도덕이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수양제나 연산군에 뒤지지 않는 폭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민은 후에 ‘정관의 치’라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당태종은 아랫사람의 직언에 귀를 기울이고 적이라도 훌륭한 인재라면 적극 수용하고, 자만을 경계했다. 그의 주변은 바른 말을 하는 신하들로 가득 찼다. 위징이 대표적 인물이었다. 위징은 원래 태종의 형이었던 태자 이건성의 핵심 참모였다. 그는 일찍이 이건성에게 동생 이세민을 제거할 것을 건의했다. ‘현무문의 변’이 있은 후 이세민은 위징을 불러내어 질책했다. “너는 우리 형제를 이간시킨 자렸다.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더냐?” 위징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건성 황태자께서 만약 징(위징)의 말에 따랐더라면 반드시 오늘과 같은 화는 없었을 것입니다.” ‘징의 말’이란 말은 세민을 죽여 버려야 한다고 말한 그 말을 가리키는 것이다. 패자로서 이 같은 발언을 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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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태종은 위징을 용서하고 첨사주부의 벼슬을 내렸다. 그리고 측근에 두고 그의 충언에 귀를 기울였다. 위징은 그 은혜에 보답하여 충성을 다하게 되었다. 위징은 태종에게 겁 없는 직언을 서슴치 않았다. 군주의 비위를 맞추기보다는 쓴소리를 많이 했다. 위징은 당태종에게 황제와 백성의 관계를 말하면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한 배를 뒤집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위정자가 국민을 주권자가 아니라 도구로 보면 신뢰가 붕괴되고 정책이 왜곡되며 사회가 분열되고 결국 폭발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이런 구조는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된 적이 거의 없다.

태종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창업과 수성은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방현령이 대답했다.“처음에 나라를 세울 때에는 질서가 아직 서지 않아 군웅이 일어나 서로 각축함으로 이를 평정하여 신하로 삼아야 하는 창업이 더 어렵습니다.” 위징은 이렇게 말했다. “예로부터 제왕들은 천하를 얻느라고 어려운 고비를 넘었습니다마는 그보다는 그렇게 얻은 나라를 안일하게 다스리다가 결국에는 잃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수성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나서 태종이 말했다. “방현령은 내가 천하를 얻을 때 구사일생하며 함께 고생했기 때문에 창업의 어려움을 안다. 위징은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 교만과 사치는 부귀에서 나오고 재화와 혼란은 정사를 소홀히 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방비하기 위해 나와 함께 진력했기 때문에 수성의 어려움을 안다. 그런데 창업의 어려움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수성의 시기에 접어들었으니 그대들과 함께 정사를 신중하게 펼쳐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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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년에 당태종은 고구려를 공략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리면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만약 위징이 살아있었더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 원정을 막았을 것이다.” 정관 17년인 643년에 위징이 죽었을 때 태종은그를 위해 직접 비문을 지었다. 그리고 한탄했다. “동(銅)으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천하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기의 득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짐은 일찍이 이 세 종류의 거울로 스스로 허물을 범하는 것을 방지해왔다. 지금 위징이 세상을 떠났으니, 거울 하나를 잃은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안다는 것. 이것이 이세민을 당태종으로 만든 힘이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이 시대의 리더가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가장 높은 곳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그를 그 자리에 있게 해주고 기반이 된 국민을 먼저 생각해주는 바로 그런 리더 말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만, 인간은 익어갈수록 점점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되나 보다. 시작할 때의 그 초심을 가지고 자신을, 지위를 가슴 속에 내려놓은 후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생각과 그 자리에 있는 자신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많은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모두를 위한 태평성대가 오지 않을까. 우리는 세상사 모든 일을 다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배워 알려고 노력한다. 공자도 한때는 촌부에게 ‘오곡을 분별할 줄 모른다’고 핀잔 당한 적이 있었다. 이는 글만 읽어 세상 물정에 어둡고, 살아가는데 실용지식이 없는 선비를 비꼬아서 한 말이다. 개인의 무식은 죄가 되지는 않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라면 그 경우가 다르다. 정치지도자가 무식해서 용감하면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은 피곤해진다. 우리는 지금 그 교훈을 학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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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약한 자아다’라는 아도르노의 유명한 명제는 한국 민주주의가 지닌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정치지도자가 겸손하고 소통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미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운영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겸손한 지도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갖고 정책을 점검한다. 당태종의 위대함은 스스로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한 데 있었다. 다시 한번 당태종의 겸손과 소통의 리더십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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