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워싱턴 DC 연방대법원 앞에서 미 전역에서 온 시민 수백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뉴욕 뉴저지 민권센터, 버지니아 함께센터 등 한인 단체들과 미국시민자유연합(ALCU) 등 민권단체, 이민자, 아시안 단체들이 참여했다. 모인 까닭은 출생 시민권 제도를 지키려는 것이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한 대법원 첫 구두 심리가 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 가정 아이들에게 시민권 취득 권리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ACLU, 아시안법률협회, CASA 등 민권 이민자 단체들, 뉴저지를 비롯 18개주 검찰청과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정부 등이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지법과 항소법원에서는 가처분 인용을 했고, 이제 최종 심판은 대법원에 달렸다.
이 행정명령은 서류미비자와 임시 체류 신분인 부모가 낳은 자녀의 자동 시민권 취득을 금지한다. 행되면 해마다 25만~30만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자 마자 서류미비자가 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자로서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며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 어떤 주도 미국 시민의 특권이나 면책권을 박탈하는 법률을 제정하거나 시행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주도 적법한 절차 없이 어떤 사람의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할 수 없으며, 그 관할권 내에 있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법의 평등한 보호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많은 법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서류미비자나 임시 체류자는 ‘관할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가 시민권 취득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하나의 근본 약속이 지켜져 왔다.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출신, 신분, 처지에 상관없이 평등한 미국 시민으로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출생 시민권은 단순한 법률 조항이 아니라, 수 세대에 걸쳐 이민자 가족들이 꿈을 키워온 토대였다. 그런데 지금 이 약속이 흔들리고 있다. 피해는 이민자 가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태생들조차 시민권을 증명하기 어려워진다. 출생증명서가 더 이상 시민권의 충분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자녀의 사회보장번호를 신청하는 평범한 절차조차, 번거로운 부모의 시민권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다.
또 이 행정명령은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 대통령의 행정명령 하나로 헌법을 다시 쓸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헌법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위협이다. 따라서 출생 시민권을 지키는 일은 이민자 커뮤니티만의 싸움이 아니다. 이 나라가 지켜온 가장 기본 약속인 누구든 이 땅에서 태어나면 평등한 구성원이 된다는 원칙을 지키는 싸움이다.
1일 집회에는 127년 전인 1898년 출생 시민권 제도를 만든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중국계 이민자 웡 킴 아크의 손자인 노만 웡(76)도 참여했다. 그는 차별이 없는 미국을 위해 노력한 할아버지의 정신이 지켜져야 한다고 연설했다.
미국이 출생 시민권을 인정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다. 미국 원주민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은 외국에서 온 가정 출신이다. 어느 누구도 이민자의 아이들을 차별할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