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큰 행사에 갔다가 누군가에게 꼬집힌 적이 있다. 막역한 친구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럴 이유가 있었나 보다.
외교 분야의 전·현직 인사들과 한인 정치인, 기업인들이 모인 이 행사에서 가장 큰 화두는 미셸 박 스틸 전 의원의 주한미국대사 하마평이었다. 스틸 전 의원이 대사에 지명된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하마평도 현실화에 큰 동력이 된 듯하다.
스틸 지명자가 참석했던 이 날 칵테일 모임에서도 그의 거취는 대화 소재로 급부상했다. 모두 “스틸 대사님, 서울 언제 가시나요?” “가족은 함께 가시나요?” 등의 인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스틸 전 의원은 “목소리 좀 낮춰주세요. 너무 크게 이야기가 퍼져 나가면 오히려 좋지 않아서, 조용히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 최고입니다”라며 난처해 했다.
그룹 대화에 늦게 들어갔던 기자가 “한국 정부에 대한 코멘트도 곧 하시겠네요?”하고 농담을 건네자 짓궂다는 듯 스틸 지명자가 팔을 꼬집은 것이다.
그의 주한미대사 임명설은 2024년 11월 연방 하원의원 낙선 직후부터 나왔다. 300여 표 차이의 석패였던데다 연방하원에서 활동하던 한인 여성의원 트리오 중 한명이어서 한인 사회 안팎으로 아쉬움이 컸던 시기였다.
트럼프 정부는 공석 상태였던 주한미대사 자리를 대행 체제로 유지하다가 1년여 만에 스틸 전 의원을 지난주 공식 지명했다. 당연히 한인 사회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상징성과 현실 정치가 교차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이력을 자세히 보면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캘리포니아 조세형평위원회 위원과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를 거쳐 2020년 연방 하원에 당선됐으며, 2022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2024년 낙선으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과 국정 철학의 공유가 그를 주한 미 대사로 소환한 것이다.
그는 한인 사회에서 보면 ‘first of many(많은 것들을 처음으로 해낸 이)’ 인물로 기록된다. 1세 한인으로서의 공직들도 그렇고 이번 대사직도 마찬가지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그는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두 번째 한인 주한미대사가 된다. 특히 한인 1세로서, 여성으로서 최초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축하 속에는 일부 걱정도 있는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접한 정치적 관계를 고려할 때 일방적 외교 기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그의 지명은 중국, 북한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정책 메시지를 한국에 보다 명확히 전달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동시에 정치 환경과 외교 현안이 복잡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그의 인준을 외교적 부담 요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틸 지명자의 ‘한국적 배경’은 한국을 잘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대사의 역할은 특정 민족이나 배경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한국적 입장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한미동맹의 강화와 양국 간의 이해를 돕는 몫의 일부는 이제 스틸 지명자의 것이다. 한인 사회도 분명히 기억할 것은 그가 미국 정부의 녹을 받는 공무원이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리라는 것이다. 미국 이익의 확대가 그의 활동의 핵심이어야 한인 사회도 함께 빛날 것이다.
그의 다음 행보에서도 많은 ‘처음들’이 나와주길 기대한다.
최인성 경제부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