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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애틀랜타 오피니언

[김건흡의 살며 생각하며] 늘의 그물은 성긴 듯 보이지만

김건흡 / MDC사랑복지센터 회원

06/10/26
in 애틀랜타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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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세상은 악인이 더 잘사는 것처럼 보이느냐고, 죄지은 사람이 더 큰소리를 치고, 속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정직한 사람은 손해를 보고, 진실은 힘이 없으며, 정의는 늘 늦게 오는 것 같다고.

그런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는 역사의 긴 시간보다 눈앞의 장면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오늘의 승자와 패자는 보이지만 내일의 평가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결과를 진실로 착각한다. 거짓은 대개 화려하게 등장한다. 진실보다 말이 많고, 진실보다 발이 빠르다. 사실은 천천히 걸어오는데 거짓은 날개를 달고 날아다닌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거짓을 먼저 만나고, 사실보다 선동을 먼저 접한다. 그래서 세상은 늘 진실보다 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아무리 치밀하게 꾸민 거짓도 어딘가에서 실밥이 풀리기 시작한다. 감추었던 사실은 뜻밖의 증언으로 드러나고, 사라졌다고 믿었던 기록은 다시 나타난다. 함께 입을 맞추었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말을 하기 시작하고, 영원할 것 같던 비밀은 어느새 세상 한가운데 놓인다. 진실은 느리지만 끈질기다. 흙 속에 묻힌 씨앗처럼 오랫동안 보이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때가 되면 땅을 뚫고 올라와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는 그런 장면들로 가득하다.

사극에서 태종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군주로 나타난다. 이런 태종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일까? 사관(史官)이다. 사관은 역사를 기록하는 관리다. 사관들에게 곧은 마음과 강직한 성품, 곧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면서도 후세에 올바른 역사를 남겨야 한다는 정신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사관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었다. <태종실록> 기사에는 사냥을 좋아하던 태종이 노루를 쫓다가 말에서 떨어졌다는 기록이 나온다. “(태종이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가 말이 거꾸러자면서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태종은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

태종이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사관을 얼마나 무서워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 기록이 재미있는 것은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는 내용을 어떻게 사관이 알았는지 ‘태종실록’에 실려 있다는 것이다. 코미디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태종실록> 기사를 보면 사관 민인생이 편전에 들어오자 태종은 이곳은 쉬는 곳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다. 민인생은 물러나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대답했다. “신이 만일 바르게 쓰지 않는다면 위에 하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날의 일을 알고 있다. 왕의 명령은 사라졌지만 기록은 남았다. 권력은 순간이었지만 사실은 시간을 건너 살아남았다. 기록은 이토록 무섭다. 당대에는 권력이 진실을 이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기록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당대에는 승자였지만 후세에는 패자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반대로 살아생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이 평가받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역사는 힘 있는 자의 편이 아니라 사실의 편에 서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남을 속여 이익을 얻고, 누군가는 거짓된 평판으로 박수를 받는다. 그 순간만 보면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짓은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하나의 거짓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이 필요하다. 가면 하나를 쓰면 그 위에 또 다른 가면을 얹어야 한다. 반면 진실은 복잡하지 않다. 있는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래서 거짓은 화려하지만 피곤하고, 진실은 소박하지만 오래간다.

옛사람들은 말했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하늘의 그물은 넓고 성긴 듯 보이지만 결코 놓치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 말이 거짓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부정한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상식이 무너지는 장면들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는다. “정말 하늘의 그물이 있기는 한가?” 어쩌면 문제는 그물이 아니라 시간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종종 착각한다. 당장 처벌받지 않으면 죄가 없는 것처럼 여기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으면 영원히 묻힐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감추려던 문서 한 장, 무심코 남긴 말 한마디, 삭제했다고 믿었던 기록 하나가 훗날 모든 것을 뒤집기도 한다. 거짓은 기억에 의존하지만, 진실은 기록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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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아보면 결국 드러나지 않은 거짓은 거의 없었다. 늦을 뿐이었다. 어쩌면 ‘천망회회 소이불루’의 진정한 의미는 하늘이 당장 벌을 준다는 뜻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의 양심과 기록, 시간과 역사가 함께 거대한 그물을 짜고 있다는 뜻일지 모른다. 그 그물은 느리게 움직이지만 한 번 조여지기 시작하면 누구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묻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왜 천망회회 소이불루를 모를까?” 모르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알고 있다. 다만 자신의 차례만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인간의 오만은 늘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하늘의 시계는 늦어도 멈추지 않고, 하늘의 그물은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조여온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가장 오래된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진실은 모습을 드러내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은 수많은 세월이 증명한 인간사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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