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도주 이유만으로 치명적 무력 사용 부적절”
애틀랜타 경찰관이 무장하지 않은 60대 노숙인에게 경고 없이 테이저건을 사용해 사지마비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과 관련, 21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연방항소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애틀랜타 경찰관 존 그럽스는 2018년 7월 10일, I-20 진입로 인근에서 운전자에게 돈을 받고 있던 노숙인 제리 블레이싱게임(65)을 단속하기 위해 접근했다. 그러나 블레이싱게임이 달아나자 그럽스는 아무런 경고 없이 그의 등에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테이저건에 맞은 블레이싱게임은 가파른 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져 금속 유틸리티 박스의 콘크리트 받침대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블레이싱게임은 당시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경찰관을 위협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사고로 심각한 뇌 손상과 척수 손상을 입어 목 아래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사지마비 상태가 됐으며, 수년간 투병하다 2023년 9월 결국 부상 후유증으로 숨졌다.
제11 연방순회항소법원은 3명의 판사 가운데 다수 의견으로, 2022년 연방 배심원단이 그럽스 경찰관의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과잉진압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고 판결했다. 아달베르토 조던 판사는 판결문에서 “위험하지 않고 무장하지 않은 용의자가 도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치명적인 수준의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비례성을 잃은 대응이다”라고 밝혔다. 또 그럽스가 테이저건을 사용하기 전 어떤 구두 경고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블레이싱게임은 2019년 그럽스 경찰관과 애틀랜타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8일간 진행된 재판에서 연방 배심원단은 총 1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당시 배심원단은 애틀랜타시가 6000만 달러, 존 그럽스 경찰관이 4000만 달러를 각각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이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과잉진압 손해배상 평결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연방지방법원의 스티브 존스 판사는 애틀랜타시의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고, 그럽스 개인의 배상액도 2100만 달러로 감액했다. 이번 항소심은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애틀랜타시는 판결에 따라 2000달러의 보상금만 부담하게 됐다.
사건은 다시 연방지방법원으로 돌아가, 재판부는 앞으로 그럽스 경찰관이 블레이싱게임 유족 측의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럽스는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법원 명령에 따라 매달 700달러씩 배상금을 납부해 왔다.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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