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현명한 선택’으로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크게 늘면서 부모와의 동거를 ‘독립 실패’가 아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를 인용해 보도한 최신 가계경제·의사결정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 성인의 49%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보다 12%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이들 가운데 약 3분의 1은 25세 이상이었다.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학자금 대출 부담 등이 청년들의 독립 시기를 늦추며 성인기 문화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은 “20대 청년이 부모 집에서 사는 것은 한때 독립에 실패했다는 의미이자,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이제 재정적으로 현명한 선택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일부에게는 장기적인 생활 방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서비스업체 스라이번트가 올해 봄 실시한 조사에서는 부모 집으로 돌아간 청년의 약 55%가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부는 이를 숨기기는커녕 자신을 ‘집에서 사는 딸(stay-at-home daughter)’이나 ‘집에서 사는 아들(stay-at-home son)’로 소개하며 소셜미디어에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 뉴욕 맨해튼에서 살던 서맨사 스토보(33)는 연인과 헤어진 뒤 혼자 아파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어머니가 사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집에서 살고 있다.
29세 때 맨해튼 집에서 나올 때는 어머니 집에서 몇 달만 머물 계획이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상을 틱톡에 올리고 있는 그는 WSJ에 “아무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며 “‘정말 좋겠다. 돈도 많이 모으고 있겠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부모 집으로 돌아간 청년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후 기록적인 물가 상승과 임대료 급등으로 예상보다 훨씬 오래 부모와 함께 살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템플대 심리학과 로런스 스타인버그 교수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이 연령대에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주택 구조와 관련 규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가주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는 부모 집 부지에 별채(ADU)를 짓기 쉽도록 규제를 완화했으며, 주택 건설업체들도 성인 자녀나 부모가 함께 살 수 있는 다세대 주거 형태를 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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