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교통사고 손배 소송 ‘2라운드’ 시작

아내, 타이어 마모된 택시 사고로 사망
남편, 운전사·차 점검자 상대 재심 진행

타이어가 마모된 택시를 탄 아내가 빗길 고속도로에서 미끄러져 나무에 충돌해 사망했다. 아내의 사망 책임은 타이어를 제때 갈지 않은 택시 운전사에 있을까, 아니면 사업용 차량 점검을 부실히 한 애틀랜타 공무원에 있을까? 또는 도로 가까이 나무를 심은 주 교통부(DOT)에 책임을 물어야 할까?

풀턴 카운티의 제리 벡스터 수석판사는 지난 16일 2003년 교통사고로 아내 패트리샤 헬러(51)를 잃은 에드 헬러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지난 3월 배심원단은 택시 운전사 압달라 아뎀, 애틀랜타 사업용 차량 점검 책임자 그렉 셰퍼드가 사망 사고의 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평결한 바 있다. 아뎀이 소속된 택시회사 유나이티드 익스프레스 캡이 2550만 달러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평결이었다. 하지만 택시 회사는 이미 2011년 파산신청을 마치고 2012년 폐업한 상태다. 이에 헬러씨는 다시 운전사와 차량 점검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03년 1월 패트리샤 헬러씨가 탄 1996년형 포드 승용차는 사고 전날 차량 정기점검에 합격했다. 하지만 경찰의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택시 뒷바퀴는 2개 모두 홈이 없을 정도로 마모된 상태였다. 차량은 빗길에서 미끄러져 헤이프빌 인근 고속도로의 가로수에 부딪쳤으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헬러씨는 사망했다. 남편 헬러씨는 “당시 차량을 점검했던 그렉 셰퍼드는 타이어 확인 절차를 생략하며 90분 동안 17~18대의 택시를 검사했다”고 주장했다. 운전사 아뎀은 2005년 과실치사를 인정하고 징역 1년형을 살았다.

형사재판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피고 측은 3월 배심원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헬러씨는 “택시 회사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은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교통부와 애틀랜타 시 교통 당국은 이미 합의금을 제시해 추가 배상 위험을 덜었다. I-85 고속도로를 부주의하게 설계하고 도로 가까이 나무를 방치했다는 혐의로 피소당한 조지아 교통부는 유가족에게 공개 사과와 함께 6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했다. 애틀랜타 교통부는 셰퍼드를 해직하고 책임에서 벗어났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