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만큼 더 뜨거운 화두는 없는 것 같다. 그 발전 속도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고 있으며, 기술의 진보가 워낙 빨라서 AI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조차 최신 동향을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첫 번째 집단이 전통적으로 예상되던 블루칼라 노동자가 아니라, 바로 AI를 개발하는 전문가들 자신이라는 점이다. AI가 AI를 만드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발자들마저 자신이 만든 기술에 의해 대체될 위험에 직면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I 사용 패턴의 변화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만큼이나 주목할 만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AI를 단순한 검색 도구나 질문 응답 시스템으로 활용했다면, 올해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5년 현재 AI 활용의 압도적 1위는 인생상담, 감정관리, 심리상담 분야로 부상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를 통한 심리적 상담이 실제 인간 상담사 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4시간 언제든 접근 가능하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며, 일관된 품질의 상담을 제공하는 AI의 특성이 현대인들의 정서적 욕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가장 인간적인 부분으로 여겨지던 영역까지 기계에 점령당하는 느낌은 불편함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MZ세대에게서 나타나는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결정을 AI의 도움 없이 혼자서 내리는 것은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일이 되었다. 진로 선택, 인간관계, 소비 결정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태어날 세대에게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어날 때부터 AI와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AI 없는 삶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과 생활 패턴을 가지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일반 대중의 AI에 대한 인식과 활용 패턴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일자리를 빼앗긴다”, “믿을 수 없다”는 불안감과 “편리하다”, “새로운 기회다”라는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I는 약간의 불신과 두려움을 남긴 채로, 일상과 업무의 ‘필수불가결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신받던 기술이, 결국 없으면 불편한 새로운 표준이 되는 역사적 패턴이 다시 한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패턴의 연장선상에 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자동차가 대중화되던 시절을 살펴보면, 마부, 안장·마구 제조업자, 마차 제작자들이 대량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초기에는 마차와 자동차가 함께 도로를 달렸고,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거부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속도, 위생성, 효율성이라는 명확한 장점이 드러나면서,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화가 사회를 압도했다. 기존 직업들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자동차 엔지니어, 정비공, 주유소 직원, 택시 운전사 등 완전히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가 탄생했다. 기술 혁명 초기의 혼란과 저항이 지나고 나면, 기술이 새로운 산업 구조와 노동 방식을 창조해 낸다는 점은 인류 역사상 반복되어 온 패턴이다.
현재 AI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점차 ‘기대 섞인 신중함’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공정성, 일자리 대체,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까지 AI로 인한 실업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AI가 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만족감과 ‘내 일자리를 침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복잡하게 공존하고 있다. 실제로 AI 활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가 감정관리, 인생상담, 자기 계발, 업무 자동화로 이동하면서, 인간의 심리적 영역과 판단력마저 기술이 주도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마치 자동차가 20세기를 바꾸고 인터넷이 21세기 초반을 혁신했듯이, AI는 일상과 산업, 사회 시스템 전반을 완전히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기술이 주도하는 변화와 인간의 적응 과정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패턴이지만, 이번에는 변화의 속도와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닌, 인간 문명 자체의 근본적 전환점에 서 있다. AI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갈 세상은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고 혁신적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 변화의 방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인간다운 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나가는 것이다. 이는 두려워할 재앙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시대를 살아갈 기회이다. AI는 우리의 한계를 넓혀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똑똑한 새 친구’로 맞이해야 하며 인간 중심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변화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