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유일한 응원법 수어로 감동 연출
최초의 청각장애인 K팝 아이돌 그룹 ‘빅오션’이 지난 10일 애틀랜타에서 미국 투어의 마침표를 찍었다.
작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데뷔한 빅오션은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라스베이거스·캔자스시티·뉴욕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공연을 가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에선 600장 티켓이 전석 매진됐다. 그들의 수어 안무 손짓 하나하나에 관객들은 두팔을 들어 손바닥을 좌우로 반짝반짝 흔드는 수어 박수로 화답했다.
11일 K팝 네이션에서 만난 찬연(27), 현진(26), 지석(22) 세 멤버는 무대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현진은 “가사에 맞춰 수어 응원법을 따라하는 팬들을 보며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멤버 모두 소리가 부분적으로 들리지만, 주변 소리가 시끄러우면 음악을 놓칠 수 있어 팬들이 함성 대신 약속한 특별한 응원 동작이다. 멀리서도 손바닥을 얼굴로 향하게 해 ‘잘생겼다’는 뜻의 수어를 전하는 팬들의 모습에 큰 힘을 받았다. 지석은 “통역 때문에 팬들 한분한분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1분 남짓 뿐인데, 한국 수어를 외워 보여주는 팬들에게 감사했다”고 했다.
지석은 선천적 청각장애가 있다. 찬연은 11살, 현진은 3살 때 청력이 손상됐다. 한국 첫 장애인 전문 연예기획사인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2년간 노래, 안무 훈련을 거쳐 발탁됐다. 딥러닝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음악을 만들고 박자에 따라 진동과 빛을 내는 웨어러블 기기들을 활용해 안무 합을 맞춘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빅오션의 무대를 상세히 다루며 이들을 청각장애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10일 애틀랜타 공연에서 빅오션이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무대 우측 수어통역사가 배치돼 가사를 미국 수어로 전달했다.
현장 무대에선 사전 녹음본을 틀고 립싱크를 선보이는데, 이번 해외 투어에서 처음 마이크 전원을 켰다. 찬연은 “완벽한 수준이 아니라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용기를 냈다”고 했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영화 속 캐릭터 ‘사자보이즈’의 ‘유어 아이돌’ 무대를 투어 중 깜짝 편성하기도 했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한국 수어(KSL) 에 더해 미국 수어(ASL), 국제 수화(ISL)도 새로 익혔다.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장애인법(ADA) 기준에 따라 마련된 관객석엔 장애인 관객을 따로 초청했다. 애틀랜타에선 동남부장애인체육회 소속 발달장애인 등 50여명이 초대됐다.
이들은 오는 10월 4~5일 로렌스빌 슈가로프밀스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안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애틀랜타 팬들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지석은 “팬들의 수어 응원법 실력이 얼마나 늘었을지 기대된다”며 “다시 만나서도 서로 약속한 수어로 소통하고 싶다”고 전했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