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의 불평등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 중요한 현상이다. 현재 미국 인구의 단 1%에 해당하는 소위 ‘수퍼리치’ 계층이 전체 부의 32%라는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1% 계층과 일반 가구의 자산 격차는 1965년 125배였던 것이 이제는 무려 300배를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상위 1% 계층의 자산은 25% 이상 증가했지만, 안타깝게도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 자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일반 근로자의 수입 격차 또한 놀라울 정도다. 1965년에는 CEO의 수입이 일반 근로자의 20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350배를 넘어섰다. 이는 일반 근로자가 꼬박 1년간 벌어들이는 금액을 CEO는 단 하루 만에 벌어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1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성과 보상을 단계적으로 받기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미국 중위소득 가구가 백만 년 동안 벌어야 하는 금액보다 더 많다. 이처럼 빅테크 억만장자들의 등장은 전통적인 부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석유나 부동산과 같은 유형 자산으로 부를 축적했다면, 이제는 플랫폼 경제와 주식 시장을 통해 상상하기 어려운 부가 단기간에 창출된다. 즉, 빅테크 억만장자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쉽게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현재 세계 부자 1위는 일론 머스크이며, 제프 베이조스가 그 뒤를 잇는다. 특히 머스크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후 테슬라 주식의 상승으로 하루 만에 15 억달러가 넘는 재산이 불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부의 집중 현상은 실제 공간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뉴욕 맨해튼의 740 파크 애비뉴는 ‘울트라 리치’들의 상징적인 주소로, 이 건물은 재클린 케네디의 할아버지에 의해 지어졌고, 2007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헤지펀드 경영자인 스티븐 스와츠먼을 이곳에서 만나 정치 후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번화한 지역에서 불과 몇 마일 북쪽에 위치한 남 브롱스는 뉴욕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라는 점이다. 이곳 주민의 45% 이상이 빈곤선 이하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740 파크 애비뉴에 거주하는 금융업 최고경영자들이 위기를 초래했지만, 그들의 투자은행은 정부의 구제로 살아남았다. 반면, 남브롱스 주민들은 실직과 주거 상실이라는 참혹한 수난을 겪어야 했다.
워런 버핏 같은 투자자조차 자신이 비서보다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며 수퍼리치에 대한 세율 인상을 주장하기도 했다. 자본 이득(Capital Gain)에 대한 세율은 최고 20%인 반면, 일반 근로자의 소득세율은 최고 37%에 달한다. 수퍼리치들의 수입 대부분이 자본이득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산층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셈이다.
수퍼리치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로비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2024년 대선에서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캠페인에 2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는데, 이는 개인이 선거에 투입한 역대 최고 금액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억만장자들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소유하거나(머스크의 X), 유력 언론사를 인수하는(제프 베이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방식으로 여론 형성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결국, 부자의, 부자에 의한, 그리고 부자를 위한 사회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재 부의 불평등은 인공지능, 우주항공과 같은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창출되는 부가 극소수에게 집중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2020년 초 대비 34%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물가상승률보다 3배나 빠른 속도다. 하지만 이러한 부의 불평등에 대한 반발 움직임 또한 존재한다. 현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불매 운동이나 환경 투자를 통한 기업 압박 등 소비자들의 정치적 의식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의 브랜드 충성도는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 이후 급락했다가 다시 회복하는 등 소비자들의 심리변화가 분명히 나타난다.
이처럼 심화되는 부의 집중 현상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부의 격차가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마음에 더욱 와닿는다. “Money buys everything”이라는 영어 표현과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중국 속담이 생각나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제는 단순히 돈으로 물건이나 사람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돈이면 정치도, 미디어도, 심지어 민주주의도 좌우한다”는 현실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현재 부 불평등이 가진 가장 걱정스러운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