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먹는 쌀, 야채 등 농산물은 농부들이 수고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 농부들의 절대 다수는 이민자, 특히 라티노 단기 이민자들이다. 조지아주 농업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 캘리포니아주 농업 노동자 4만5천명이 단기 노동비자(H-2A)를 갖고 있다. 이들이 논과 밭에서 쌀과 배추를 수확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한톨의 쌀밥도, 한조각의 김치와 야채도 먹을 수가 없다.
그러나 라티노 농업 노동자들의 H-2A 비자 실태는 심각하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산타마리아에서 발생한 ‘H-2A 비자 사기 사건’이 그 좋은 예이다. 이민단속국(ICE)는 지난 11월 호르헤 바스케즈(Jorge Vasquez)를 비자사기로 체포했다. 바스케즈는 멕시코 이민 노동자들 163명에게 H-2A를 댓가로 1명당 8천-1만7000달러의 ‘뇌물’을 뜯어낸 혐의다. 농업 노동자들은 1천달러의 ‘선금’을 내고 미국에 입국한 후, 나머지 돈은 캘리포니아나 조지아 농장에서 일해서 갚아왔다.
바스케즈의 이민사기 사건은 H-2A 비자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H-2A 비자는 농업 노동자 전용 임시 취업 비자다. 캘리포니아나 조지아 농장주들이 멕시코 등 해외에서 노동자를 모집해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허용한다. 비자 소지자들은 보통 10개월 정도만 체류할 수 있으며,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이들은 자신을 모집한 고용주에게만 고용될 수 있어, 근무 조건이 열악해도 일자리를 옮길 수 없다.
노동자들을 취재한 언론인 데이비드 베이컨(David Bacon)은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계속 일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들은 휴일 휴가나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H-2A 제도는 미국인 일자리에도 영향을 끼친다. H-2A 노동자들은 ‘부정적 영향 임금률(Adverse Effect Wage Rate)’에 따라 봉급을 받는데, 딱 ‘최저임금 수준’이다. 따라서 농장주들은 미국인 노동자들을 H-2A노동자들로 대체하곤 한다. “농장주들이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인력을 H-2A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고 베이컨은 설명했다. 전미농업노동자연합(United Farm Workers)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베이컨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노동자 임금을 삭감함으로써 농장주들이 기존 인력을 H-2A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거 문제는 H-2A 노동자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 중 하나다. 농장주들은 캘리포니아 전역, 특히 샌호아킨 밸리의 저렴한 모텔을 인수해 H-2A 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로 개조하고 있다. 한 모텔 방에 4명에서 10명까지 이층침대를 설치해 수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생활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비자사기가 끼어들 가능성도 크다. 노동자 모집업체의 규모는 개인 가족 단위부터 대규모 업체까지 다양하며, 정직성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멕시코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이 비자를 받기 위해 뇌물을 지불하는 불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베이컨은 전했다.
우리는 최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들이 B-1비자 문제로 대거 체포되는 사례를 목격했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인, 멕시코 뿐만 아니라 전체적 문제이며, 미국 이민과 비자 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이제 미국의 이민 문제는 단속이 아니라 ‘낡은 이민법 개정’과 ‘비자 제도 개선’으로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