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나에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좋아하는 지인들이 속해 있던 모임이라 관심 있게 듣다가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에 동참하게 되었다. 문학회라니. 내가 살고 있는 몽고메리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취미 생활이 낯설었지만, 차분한 깊이감이 매력적이었다. 스마트폰과 넷플릭스에 빠져드는 빠른 문화 속에서 잠시 벗어나 아날로그 감성으로 돌아가는 시간, 조금은 느리지만 내면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다가갔다.
우리 문학회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이력과 재능을 가진 분들이 모여 있다. 함께하는 시간동안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다양한 뉴스와 관심사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 잘 알지 못했던 지식이나 정보를 들으며 새로운 시각을 간접 경험한다. 나이가 들수록 편안한 사람들을 만나 익숙한 이야기만 나누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인데, 이 모임에서는 성향과 관심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게 되어 늘 새롭다. 어른들의 삶의 지혜와 연륜을 느끼며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다 자라고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긴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 역할이 되어주고 있다.
매주 모이면 먼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가 나누어 준 쪽지에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 낸다. 접힌 작은 쪽지들 가운데 하나를 뽑아 그날의 주제로 삼는 형식이다. 때로는 막막한 주제가 나오기도 하지만, 한 번쯤 써보고 싶었던 주제가 나오기도 한다. 20분의 타이머가 맞춰지면 우리는 노트를 소중히 안고 뿔뿔이 흩어져 즉흥적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긴장되는 짧은 시간 안에, 신기하게도 어떤 주제를 만나도 하나의 이야기가 마술처럼 펼쳐진다. 타이머가 울리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앉는다. 각자의 노트는 바로 옆 사람에게 건네지고, 처음 주제를 적어 낸 사람의 이야기부터 다른 사람이 대신 읽어 준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기분은 참 묘하다.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마치 제3자의 시선에서 내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 같아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회원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듣다 보면, 같은 단어에서 시작했지만 각자의 삶을 지나며 서로 다른 이야기로 피어난다. 마치 하나의 주제를 따라 여러 장면이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처럼, 사람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른 길을 걷는다. 숫자 ‘6’을 다른 쪽에서 보면 ‘9’가 되듯, 나의 생각과 다른 이의 생각이 서로 다르면서도 모두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여러 관점에서 한 주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다.
모임에서는 글쓰기뿐 아니라 서로의 취미 생활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 건강 이야기를 나누다가 체력 단련을 위해 달리기 그룹이 생겼고, 작년에는 동네 5K 대회에 함께 참가해 러너의 기쁨도 맛보며 서로를 응원했다. 요즘에는 피클볼이 새롭게 등장해 자연스레 작은 동호회로 이어졌다. 그 밖에도 캠프파이어를 하며 문학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마치 꿈 많은 여고생들처럼 문학을 이야기하며 웃던 그 시간들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모두들 삶에 진취적이고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전해준다. 각자의 삶에서 재미있고 유익했던 경험들을 아낌없이 나누는 이 문학회가 나는 참 감사하다.
이 모임을 통해 멀리했던 책에 한걸음 다가가게 되었고, 글을 쓰며 평소 안쓰던 단어도 새롭게 써보고,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도 하게 되었다. 잊어버렸던 열정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그렇게 써 내려간 1년간의 글들을 묶어 우리 문학회만의 동인지도 발간하게 되었다. 각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수필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드니 더욱 의미 있고 애착이 간다.
곧 있으면 이미 하나의 역사가 되어 가고 있는 우리만의 세 번째 동인지가 발간된다.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게 될지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 소녀들처럼 환한 웃음으로 새 책을 맞이할 축하 파티를 그리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