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가 만든 세계적 관심…한국의 일상과 매력 경험하려는 ‘초개인화’ 뚜렷
‘왕사남’의 영월 등 지역 체류형 상품 개발해 K-관광 3000만 명 시대 앞당긴다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K-팝이나 드라마에서 가장 한국적인 콘텐트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 역사와 문화가 그것이다.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려는 호기심과 열망은 광화문을 거쳐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꾸밈없는 본연의 한국적 매력을 개척하고 싶은 욕구가 만들어낸 풍선효과다.
문화와 관광을 모두 아우르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래저래 가장 바쁜 나날일 수밖에 없다. 외래 관광객 증가 흐름을 단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재방문과 장기 체류로 이어지도록 관광 정책의 방향을 재설계하는 데 몰두 중이다. 특히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확산하는 전략, K-팝과 K-콘텐트를 활용한 관광 인프라 구축, 그리고 숙박 체계 개편 등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문체부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소비 경향을 가장 크게 피부로 느끼는 곳이 바로 2차관실이다. 관광과 체육, 국민소통 등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정책 분야를 맡고 있어서다. 특히 관광 분야에선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삼았다.
목표를 달성할 가장 중요한 동력은 역시 K-컬처, 즉 한국 문화다.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늘고 있고, 방문지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정부는 글로벌 OTT 콘텐트와 연계한 관광 홍보, K-팝 콘서트와 관광을 결합한 마케팅,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트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숙박 정책 역시 기존 관광숙박업 중심 체계에서 일반·생활숙박업까지 포괄하는 통합 체계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책을 총괄하는 김대현 문체부 2차관을 지난 3월 11일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차관의 역할은 마치 다양한 악기의 조화를 만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다. 김 차관은 자신감에 찬 어조로 “임기 내 K-관광 3000만 명 달성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대현 문체부 2차관은 숙박 정책과 관광 인프라 구축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해 K-관광 3000만 명 시대를 여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임기 내 목표라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K-컬처를 장기 관광 체류로 연결하는 전략 필요”
한국 문화에 매료된 외국인 방문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광화문 앞만 보더라도 내국인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더군요.
“세계적으로 K-컬처 인기가 치솟으면서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지금, 이 흐름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한국을 한 번 방문해봤다’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찾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짧게 방문하는 관광이 아니라 체류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관광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체류 기간을 늘릴 핵심 전략이 있다면요?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다양한 여행지를 찾게 하는 겁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은 대체로 서울을 중심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이 지역까지 가보거나, 재방문할 때 지역을 찾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재방문율과 체류 기간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정부는 최근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나요?
“우선 한국관광 홍보대사를 지역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세계 주요 도시 23곳을 대상으로 ‘지역과 함께하는 K-관광 로드쇼’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한국 관광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지역 관광의 매력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 필리핀, 미국과 같은 주요 나라의 도시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한국의 지역 관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또 지역의 숨은 관광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관광 콘텐트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지역 방문율을 높이려면 문턱을 낮추는 여러 인프라도 필수겠죠.
“먼저, 무비자 혜택을 늘려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쉽게’ 유입되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관련 부처의 협력과 제도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겠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지역 곳곳을 방문하려면 이동 편의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지방공항을 인바운드 공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바운드 슬롯을 확대하고 신규 노선 유치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지역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통 정책이 함께 추진되면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경로도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을 여러 번 찾는 외국인도 꽤 많아졌습니다. 주로 어느 나라에서 가장 많이 찾아오나요?
“일본이 가장 많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관광 재방문율은 76%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단순한 신규 유치 전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재방문을 기반으로 한 전략이 중요한데, 그래서 일본인 관광객이 서울뿐 아니라 지역 관광지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맞춤형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트렌드가 K-컬처를 즐기는 개인 취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어떤가요?
“최근 관광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여행의 초개인화입니다. 관광객이 단순한 관광지 방문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험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우리의 생활 문화와 연결된 맞춤형 체험 관광 상품을 발굴·확대하고 숙박과 교통, 관광 서비스 전반의 편의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머물고 싶은 한국’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점·한강라면·등산 등 한국의 일상 외국인에 인기
현장에서 변화가 느껴지나요?
“예전엔 관광지 방문 중심이었다면, 이젠 한국인의 일상을 경험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한강 라면, 등산, 무인가게 등 한국인의 일상적이고 소소한 문화적 경험을 함께하려는 겁니다. 예전엔 면세점 매출이 압도적이었다면, 이젠 다이소나 올리브영, 무신사의 외국인 매출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취향에 이어 세대별 특성을 반영한 전략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연령대와 관심 분야에 따라 선호하는 관광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세대별 맞춤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학생층 대상으로 양국 학교 간 교류 프로그램이나 대학생·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류 프로그램은 관광뿐 아니라 문화 교류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청년층은 K-뷰티나 K-웹툰처럼 한국 콘텐트와 연관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관심사를 관광 상품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가족 여행 중심의 관광 상품을 제공해 다양한 세대가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경쟁이 치열한 세계 관광 시장에서 한국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한국 관광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K-컬처라 할 수 있겠죠. 실제 조사에서도 외국인이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계기가 한류 콘텐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K-팝이나 드라마, 영화, 웹툰, 음식 같은 콘텐트를 통해 한국을 접한 사람들이 실제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흐름을 관광 정책과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K-컬처를 관광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 아이디어는 어떤 게 있나요?
“글로벌 OTT 콘텐트와 연계한 관광 홍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협력해 현지에서 한국 관광을 홍보하는 전략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패션 플랫폼과 협업해 관광지와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을 제안하는 기획전이나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관광과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홍보 모델의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되나요?〉 촬영지인 국립부여박물관이나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인 영월 여행이 인기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팬덤의 관심이 집중되는 K-팝 콘서트와 관광을 연계한 홍보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콘서트 현장에서 관광 홍보 부스를 운영하고 전광판이나 현수막 등을 활용해 관광 홍보 영상을 송출하는 방식입니다. 또 K-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촬영지를 활용해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대한민국 미술축제나 공연관광 페스티벌 등 문화예술 행사와 관광을 결합한 상품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국 관광의 가장 큰 경쟁력은 K-컬처”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해 전국에 있는 국립박물관 13곳의 작년 누적 관람객 수가 프로야구 관중수마저 뛰어 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박물관 투어’가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 준비하시는 게 있나요?
“지역 관광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100×100 주제별 명소 발굴 프로젝트’와 ‘명소 재생 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먼저, ‘100×100 주제별 명소 발굴 프로젝트’는 전문가들이 여행 주제를 선정해 명소 후보를 추천합니다. 이후 국민 투표를 통해 명소를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선정 과정부터 홍보까지 국민 참여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 관광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한 낙후된 공간을 개선하는 ‘명소 재생 30 프로젝트’에는 관광적 가치가 높은데도 정비사업 제한으로 노후화되거나 관광 활용도가 낮아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국립공원과 같은 지역들이 포함됩니다. 지역별 특화된 콘텐트를 입혀 새로운 관광지로 재생하는 사업인 셈입니다. 특히 최근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배경지인 영월 청령포에 관광객이 전년 설 연휴 대비 다섯 배 급증한 것처럼 K–콘텐트의 무대가 되는 지역과 연계한 관광상품도 개발·홍보할 계획입니다.”
최근 문체부가 K-팝 대형 아레나 건립을 중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K-팝 대형 아레나는 공연장 확충을 넘어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K-콘텐트의 인기를 실제 방문과 소비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팬들이 온라인 콘텐트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면 관광 수요 확대에 도움이 되죠. 공연을 중심으로 숙박과 쇼핑, 음식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연 일정과 관광 상품이 결합되면 관광 소비가 지역으로 확산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체부는 스포츠와 공연이 결합된 복합형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본 구상과 사전 타당성 조사, 후보지 선정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관광객 증가에 대응하려면 숙박시설 확충도 중요하죠. 최근 문체부가 여러 부처에서 담당하는 숙박 체계를 통합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죠.
“현재 관광숙박업 중심의 정책 체계로는 숙박 시장 전체의 품질 개선과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습니다. 관광숙박업은 전체 숙박업 가운데 약 3.9%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간 숙박 불균형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발표한 것처럼 방한 관광객 3000만 명 시대에 대응해 약 3000개의 기존 관광숙박업 중심 정책 체계를 일반·생활숙박업까지 확대하고, 문체부를 중심으로 숙박 산업 통합 진흥 체계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일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추진되고 있나요?
“숙박업 통합 체계의 근간이 될 숙박업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숙박 시설 통합 정보 기반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숙박업 품질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관광호텔 신축과 개·보수, 일반 숙박업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해 숙박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임기 내 목표는 K-관광 3000만 명 시대 기반 만드는 것”
관광 정책의 방향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관광 정책의 중심을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은 문화와 자연 자산을 바탕으로 체류형 관광의 성장 잠재력이 큽니다. 관광은 문화와 교통, 산업 정책이 결합된 종합 산업이기 때문에 범부처 협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관광교통협의체를 가동하고 ‘한국방문의 해’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K- 관광 3000만 명 조기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셨는데요. 이를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앞서 강조했듯이 관광 정책의 무게중심을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지역은 고유한 문화, 자연, 콘텐트 자산을 바탕으로 체류형, 고부가 관광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고 생활인구 확대와 지역균형 발전을 함께 이끌 수 있는 한국 관광의 다음 성장축입니다. 지역 인바운드 거점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방한 수요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관광 분야에서는 K-관광 3000만 명 시대를 여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숙박 정책과 관광 인프라 구축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해 관광 산업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체육 분야에서는 공정성과 인권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체육 제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또한 정책 소통 측면에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공직의 마지막 소임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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