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양식을 좋아했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아침 식사는 늘 버터와 치즈, 햄을 곁들인 모닝롤이나 토스트 같은 빵이었다. 맵고 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내게 빵은 입맛에도 맞고 부드러운 식감까지 갖춘 최고의 음식 중 하나였다. 식빵이나 호빵 한 봉지를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는 일이 잦아 ‘빵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 입맛 덕분에 미국에 와서도 음식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햄버거도 좋아해 한 달 내내 매일 먹은 적도 있다.
농무부(USDA)와 시장조사 기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90% 이상이 매일 어떤 형태로든 빵을 소비하며 연간 평균 44~55파운드의 빵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켓 선반에서 판매되는 양산빵부터 베이커리에서 구워 파는 바게트와 샤워도우까지 종류만 해도 수천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식 빵에 익숙했던 내게 미국 빵은 식감이 거칠고 맛도 다소 단순하게 느껴졌다. 대안으로 찾은 것이 샌프란시스코 재팬타운의 니지야 마켓이나 샌호세의 미츠와 마켓에서 판매하는 일본식 빵이었다. 다만 미국 빵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2004년 LA에 각각 1호점을 열며 K베이커리의 미국 진출이 시작됐다. 당시 단팥빵과 소보로빵 가격은 개당 1~1.25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켓 선반에서 파는 양산빵보다는 고급스럽고, 전문 베이커리보다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K베이커리가 내세운 ‘합리적 프리미엄’ 전략과 1달러 가격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었다. 결국 이 1달러짜리 한국 빵이 K베이커리가 미국 시장의 문턱을 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부드러운 식감과 세련된 비주얼, 셀프 서빙 시스템 등을 앞세운 K베이커리는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확산에 힘입어 인지도를 높이며 매장 확대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외식시장 조사기관 테크노믹이 발표한 ‘2025 체인 레스토랑 톱 500’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매장 수 197개에서 총 4억62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전국 체인 레스토랑 순위 112위를 기록했다. K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뚜레쥬르 역시 150개 매장에서 총 2억2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195위에 올랐다. 두 브랜드 매출을 합치면 6억8200만 달러 규모다. K베이커리가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가격 인상도 있었다.
단팥빵을 예로 들면 지난달 기준 가격이 3.39달러다. 약 20여 년 만에 239%가 오른 셈이다. 참고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CPI) 누적 상승률은 73% 수준이다. 빵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3배를 훌쩍 넘은 것이다.
30달러대였던 케이크도 이제는 40~50달러까지 올랐다. 최소 33%, 많게는 67% 인상된 셈이다. 우리 집은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50달러짜리 생일 케이크를 사도 절반 이상이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가격 부담이 덜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대체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별한 날이라고는 하지만 먹지도 않는 케이크에 50달러를 쓰는 일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한국에서 두 베이커리가 이달부터 빵과 케이크 가격을 최대 1만원까지 내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고물가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혹시 비슷한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양사는 미국 시장의 사업 환경과 원가 구조, 가맹 사업 구조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정부 주도의 물가 안정 정책이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 빵을 좋아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사 전체 매출의 약 34%에 달하는 연간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미국에서 올리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수준이라도 가격 인하를 검토했다면 ‘역차별’이라는 느낌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단팥빵 가격은 인앤아웃 햄버거 가격과 비슷하다. 물론 개인 취향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가격이라면 고기 패티와 신선한 양상추, 토마토, 양파를 품은 햄버거가 소비자들에게 더 가성비 있는 선택으로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의 지갑이 언제까지 단팥빵에 열려 있을지, K베이커리도 한 번쯤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박낙희 LA지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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