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병대원 A씨 등 3명이 경남 거제시의 한 식당 마당에 있던 반려견들을 향해 비비탄을 난사한 사건과 관련해 군검찰이 “비비탄 발포는 약 37분 동안 이어졌고, 이들은 범행 당시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 동영상까지 촬영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해군검찰단은 “이들은 반려견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며 “학대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자랑·과시하거나, 범행을 저지른 당시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 소장할 목적으로 이같이 행동했다”고 적시했다. 앞서 군검찰은 지난달 17일 해병대 상병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같이 범행을 저지른 전직 해병대원 B씨와 민간인 C씨는 지난 6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8일 경남 거제에서 투숙하던 펜션 인근에 있는 한 식당에 침입해 식당 주인 소유 반려견 3마리를 향해 비비탄을 난사했다. 군검찰은 이들이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을 활용해 반려견들을 학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봤다. 식당에 침입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경계석을 뛰어넘어 마당에 들어가는 등의 행위를 한 점을 고려해 해군검찰단은 특수주거침입 혐의도 적용했다.
지난해 6월 8일 해병대원과 민간인의 비비탄 난사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반려견이 결국 안구를 적출했다. 사진은 범행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공소장엔 “A씨 등 3명은 이날 오전 1시 20분 식당에 접근해 조명을 비춰 반려견을 발견, 비비탄 총 2정을 이용해 잭 러셀 테리어 3마리(깨·누링·매화)에게 수차례 비비탄을 발포하거나 돌을 던졌다” “1시 57분까지 약 37분간 범행이 이어졌고, 반려견 1마리가 묶여있는 마당까지 들어갔다가 외부인 침입 감지 센서가 울리고 나서야 현장을 이탈했다” 등 내용이 담겼다. 이 반려견(매화)은 좌측 각막부 손상으로 인한 안구 적출 피해를 입기도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이 미리 준비한 총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현저한 가로 20cm, 세로 14cm 크기의 모의총포와 가로 19cm, 세로 14cm 크기의 ‘글록 17’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비탄 총”이었다. 이에 해군검찰단은 A씨에게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모의총포는 외관상 실제 총포와 유사하고 금속 등 재질로 된 작은 물체를 넣어 발사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구든지 모의총포를 소지하려면 주소지 관할 시·도 경찰청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초 이들 3명은 반려견 총 4마리에게 비비탄을 난사했는데, 4마리 중 1마리에 대한 혐의는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반려견 ‘솜솜이’가 사건 발생 다음 날 숨졌지만, 군검찰은 사망 원인이 비비탄 난사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A·B씨는 해병대 사령부로부터 징계를 받아 병장에서 상병으로 강등 처분됐지만, 각각 지난해 11월 24일과 지난 2월 26일 “징계가 부당하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백 의원은 “국가 안보라는 본분을 잊고 동물을 학대한 행위는 군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킨 범죄”라며 “강등 처분 불복은 자신의 과오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통해 군 기강을 엄중히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동물의 비(非)물건화’를 위한 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을 “엄정 대응이 필요한 야만적이고 잔인한 동물 학대 범죄”라고 규정하며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에서 벗어나게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