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은 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산책만 같이 다닙니다. 지난 보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게 10㎏짜리 쌀 포대 들었던 일이에요!”
장쑤성 출신의 36세 남성 위쥔(俞俊)의 말이다. 그의 직업은 이른바 ‘전업 손주’다. 91세인 왕 모 씨를 돌보는 일이다. 함께 산책하거나 병원 진료 일정을 돕고 말동무가 돼 주는 것이 주 업무다. 식사를 준비하거나 목욕을 도울 필요도 없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봉제 공장에서 일했다”면서 “나흘 일하고 사흘 쉬면서 월 3500위안(약 76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왕 씨와 함께 지내며 한 달에 두 번씩 쉬고 월 5000위안(약 109만원)을 받고 있다. 웬만한 대도시 식당 종업원이나 중소기업 회사원 수준의 임금이다.
왕 씨 역시 만족스럽다. 20여 년 전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뒤 혼자 지내 왔다. 요양원에 들어가라는 자녀들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러자 자녀들은 왕 씨를 위해 ‘전업 손주’를 고용했다. 왕 씨는 “아주 성실하고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면서 ‘전업 손주’에 대해 평가했다.
‘전업 손주’는 초고령화 사회로 향하는 중국의 신풍속도다. 중국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1년 14%에서 지난해 15.9%로 꾸준히 늘었다. 오는 2035년엔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60세 이상 인구도 3억 2300만 명으로 전체 23%다. 2035년이 되면 4억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반년 청년들은 취업난에 신음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시지역 16∼24세(학생 제외) 실업률은 16.5%를 기록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일자리가 간절한 청년층의 공급과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노년층의 수요가 ‘전업 손주’를 통해 맞아떨어진 셈이다.
취업의 진입 장벽마저 낮다. 대부분 단순 동반 산책이나 스마트폰 사용 교육 등을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무에 따라 1시간당 30~80위안(약 6500~1만7000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종일 돌봄은 월 4000~8000위안(약 87~173만원) 정도다.
중국 베이징시 한 요양원에 모인 노인들. 사진 이도성 특파원
이는 급성장하는 중국 실버경제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2021년 발표한 제7차 전국 인구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운데 자녀 독립이나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은 1억 2000만 명에 달한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의 실버경제 시장은 현재 7조 위안(약 1518조 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 6% 수준으로 오는 2035년엔 30조 위안(약 6512조 원)으로 급성장해 GDP 비중 10%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실버경제를 단순 복지 차원의 노후 보장 정책을 넘어 내수 시장 확대와 민생 개선을 함께 도모하는 전략적 성장 분야로 정의하고 있다.
리창(李強) 국무원 총리 역시 지난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개막식 업무보고를 통해 “각종 정책을 통해 양질의 충분한 일자리를 지원하고 일자리 우호적인 발전방식을 만들겠다”면서 “실버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