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새벽 달라스 포트워스행 스피릿 항공 비행기 안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스피릿 항공은 오늘 새벽 3시부터 영업을 중단합니다. 이 비행편은 우리의 마지막 비행입니다. 40년 동안 애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항공사 하나가 하룻밤에 문을 닫았다. 승객들은 휴지조각이 된 비행기표를 쥐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수백대의 비행기가 내려앉았고, 1만5천여명의 직원들이 길바닥에 나앉았다. 이 항공사 변호사는 법원에 “최근 연료비가 급등함에 따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계속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석유는 연료가 아니라 현대 문명의 혈액이다. 핏줄이 마르면 몸 전체가 앓는다. 개스값 상승의 여파는 주유소에서 먼저 느껴진다. 각 가정마다 자동차 1대 당 수십달러에서 수백달러의 추가 개스비를 지출하고 있다. 주유소 가격표가 바뀌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트럭이 멈추면 마트 진열대가 비고, 비료값이 오르면 농부는 씨앗을 덜 뿌린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의 라이언 넌(Ryan Nunn) 소장은 이 현상을 ‘전쟁 인플레이션(warflation)’이라 부른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달 사이 1% 가까이 뛰었다. 그는 “숫자는 작아 보여도 그 무게는 가계마다 다르다. 전쟁이 직접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아도, 긴장만으로도 경제는 먼저 무너진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물건 가격이 오를 때와 내릴 때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유가가 하락해도 마트 가격표는 한참 뒤에야 바뀐다. 넌 소장은 이를 “비대칭적 움직임”이라 표현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고통은 유가 그래프보다 훨씬 오래, 훨씬 깊이 지속된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소득에서 연료와 난방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기차로 갈아탈 여유도, 유기농 대신 다른 식품을 고를 여지도 없다. 경기 둔화로 일자리마저 줄면 그 압박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이 충격은 미국 안에서 멈추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이 긴장으로 출렁이면, 한국 자동차 운행이 중단되고, 인도 농촌의 부엌불이 꺼진다. 한국 정부는 이미 기름 부족을 대비해 자동차 10부제를 시작했다. 인도는 요리용 LPG의 상당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UC리버사이드의 아닐 디올랄리카(Dr. Anil Deolalikar) 박사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개발도상국들은 식량 위기 한가운데 있다”며 “비료값이 오르면 올해 심은 씨앗이 줄고, 그 결과는 연말 식탁에서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란 전쟁의 갈등의 근원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미네소타대의 윌리엄 비먼(Dr. William O. Beeman) 교수는 “이란을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한다. 이란의 주권 의식은 혁명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상대의 역사와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강압만 반복하면, 협상 테이블은 열리지 않고 유가는 계속 오른다.
결국 지금 전세계가 치르고 있는 비용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 실패의 청구서다. 그 청구서는 전투기 조종사나 핵 협상가에게 날아오지 않는다. 휴지조각이 된 비행기 티켓을 들고 당황하는 미국 승객, 10부제로 운전을 못하는 한국 운전자, 비싼 개스값을 고민하는 텍사스의 트럭 운전사, 수확하지 못하는 뭄바이의 노점상, 나이로비의 어머니에게 먼저 도착한다. 전쟁은 항상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가장 먼저 굶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