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지아주에서 홍역 감염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으로, 기침이나 재채기로 전파되며, 고열, 기임, 콧물, 눈물, 발진 등이 발생한다.특히 텍사스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30년 만에 최악의 홍역 확산세가 나타나고 있어, 조지아주로의 전파가 우려된다.
조지아주와 남부 지역 감염자 대부분은 홍역, 풍진, 볼거리 예방을 위해 사용되는 MMR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이다. 홍역은 한국과 미국에서 이미 몇십년 전 ‘완전 퇴치’된 전염병이다. 그런데 부모의 16%는 “권고된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건너뛴다”고 답했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의(ACIP) 혼란에 따른 것이다. 로버트 케네디(RFK)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위원 전원 교체를 했으며, 이중에는 비전문가와 백신 음모론자들도 있었다. 그 결과 CDC는 지난 1월 미국의 소아 대상 예방접종 권고 목록을 기존 17종에서 11종으로 대폭 축소했다. CDC 결정으로 로타 바이러스, 수막구균성 질환, A·B형 간염, 독감(인플루엔자), 코로나19, 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질병에 대한 백신이 접종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백신을 둘러싼 혼란은 법정으로 번졌다. 미 소아과학회(AAP) 등 6개 의료단체는 CDC의 소아 대상 예방접종 권고 목록의 시행을 중단하게 해달라며 소송을 걸었다. 지난 3월 16일 매세추체스 연방법원 머피 판사는 의료단체와 전문가들의 손을 들어줬다. “CDC가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백신 권고 목록을 개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머피 판사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ACIP 위원 15명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백신 분야와 무관한 전문가들을 대거 임명했으며, 임명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며 새 위원 임명 결정의 효력도 중단시켰다.
리차드 베서(Dr. Richard Besser) 전 CDC 국장 직무대행은 “ACIP는 감염병과 백신, 역학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권고를 제시해왔다”며 “안타깝지만 최근 ACIP의 의사결정 과정과 위원 구성에 전문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홍역 재확산 상황에서 학교 입학시 예방접종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지역사회 집단면역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회의론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8세기 천연두 접종 도입 때부터 있었다. 차이는 그 회의론이 정책 결정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주변부의 목소리가 중심부로 이동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미국 남부의 홍역 재확산이 그 답의 일부다.
법정 다툼이 과학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최근 백신 논란과 전염병 확산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출발점이다. 전문가 집단의 독립성과 다양성이 그 다음이다. 마지막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백신을 접종하고 후진적인 전염병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