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한 미국’하면 금방 떠오르는 곳이 캘리포니아, 그중에서도 LA와 샌프란시스코다. 약물에 취해 지저분한 거리를 흐느적거리는 마약중독자와 홈리스의 모습이 매일같이 언론에 보도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수치상으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LA카운티의 약물 과다복용 사망률이 22% 감소했다. LA카운티 공중보건국(LA DPH) 약물남용 예방·통제 책임자인 브라이언 헐리 박사(Brian Hurley MD)는 “펜타닐 관련 사망이 크게 줄었고 메스암페타민 관련 사망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LA카운티 약물 과다복용 사망률 감소 이유는 날록손(naloxone)이라는 약물의 배포 확대다. LA카운티는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멈춘 호흡을 되살리는 이 약물 수백만 회 분량을 배포했다. 그 결과 2019년 이후 5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LA카운티 보건서비스국(LA DHS) 피해 감소 부서 책임자인 쇼샤나 스콜라(Shoshanna Scholar)는 “이웃이, 가족이, 친구가 서로를 살렸고 지역사회가 응급 처치자가 되었다. 공식 시스템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안전망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숫자 뒤에 가려진 진실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LA카운티에서는 흑인의 과다복용 사망률이 가장 높으며, 인구가 가장 많은 라틴계는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인종으로 나타났다. 모든 생명이 평등하게 구해지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특히 약물중독 노숙자 대부분은 휴대전화도 없다. 지원 체계도 부족하다. 과다복용 상황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누군가 지켜보지 않으면 그가 위험에 처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약물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피해 감소 전략과 지역사회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우스 LA 지역 비영리단체 호픽스(HOPICS·Homeless Outreach Program Integrated Care System)의 켈빈 드리스콜(Kelvin Driscoll) 국장은 “현장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 지원하는 아웃리치 활동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호픽스의 자원봉사자 오로라 모랄레스(Aurora Morales)는 과거 홈리스 생활과 메스암페타민 중독을 경험했다. 지금은 스키드로와 맥아더 파크에서 약물 과다복용 대응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당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비난이 아니라 공감과 지원이었다”며, 산소공급 장비와 날록손을 들고 거리를 걷는다. 그 결과 호픽스는 지난해 599명의 생명을 구했고, 스키드로 케어 캠퍼스에 하루 3000명을 치료하고 있다.
한인사회와 미국 사회는 약물 중독을 개인의 도덕적 실패로 본다. 중독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다. 치료와 회복보다 처벌과 격리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LA의 사례는 다른 길을 보여준다. ‘피해 감소(harm reduction)’라는 접근이다. 약물 사용을 당장 멈추지 못하더라도 생명을 지킨다. 그 생명이 살아있는 한 회복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약물 위기는 캘리포니아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 전체의 문제다. 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다. 빈곤, 주거 불안정, 정신건강 지원 부족, 의료 접근성 격차가 얽혀 있다. 그래서 해결책도 구조적이어야 한다. 날록손 배포는 시작에 불과하다. 주거 지원, 정신건강 서비스, 치료 프로그램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역사회가 응급 대응자가 되는 것을 넘어, 회복을 지지하는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의 변화다. 중독자를 ‘그들’이 아닌 ‘우리’로 보는 것. 비난 대신 공감을 선택하는 것. 모랄레스의 말처럼 “더 많은 대화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약물 위기 해결의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