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들의 소수 인종 입시 우대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기업들의 소수계 채용 우대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USA투데이, 폭스비즈니스 등 복수의 언론들은 대법원의 위헌 결정 다음날인 30일(현지시간) 인적 다양성 확보를 위한 미국 기업들의 노력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대상으로 한 보수 단체의 소송에서 보수 성향으로 재편된 대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과 마찬가지의 법적 분쟁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2020년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최근 몇 년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대입 소수 인종 우대에 관한 재판 과정에서도 제너럴모터스(GM)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을 포함한 60개 대기업이 대법원에 대학들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보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들 기업은 의견서에서 “다양한 노동자들이 기업의 실적을 향상하고 미국의 글로벌 경제 역량을 강화한다”면서 “기업들이 추구하는 다양성의 핵심은 인종적, 민족적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학 입시에 관한 위헌으로 자신감을 얻은 보수 단체들이 ‘인재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상대로도 비슷한 소송을 쏟아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평등기회센터의 린다 차베스 회장은 WP에 “대법원 결정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와 같은 단체들은 기업들이 채용 결정에서 인종에 과도한 영향력을 부여하지 않도록 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보수 단체들은 이미 맥도날드, 허쉬, 알래스카항공, 안호이저부시 등의 기업들의 ‘다양성 노력’이 차별적이고 불법적이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기업들이 스스로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앨빈 틸러리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WP에 대법원의 위헌 결정이 기업들을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며 “소송을 모면하거나 보수 활동가들의 협박 편지를 피하기 위해 DEI 프로그램을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세일즈포스는 전날 대법원 결정 후 성명을 내고 “평등을 위한 우리 회사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늘 결정과 무관하게 우리의 목표를 향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차별금지 조항이 민간 기업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기업들의 다양성 노력은 대학 입학 절차와 법적으로 비슷한 케이스가 아니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