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시니어가 집 앞마당에서 잔디를 깎던 중 낯선 남녀로부터 금품을 도난당했다. 경찰은 전형적인 ‘주의 분산 절도(distraction theft)’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자인 애니 서(78) 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9일 오전 10시 30분쯤 발생했다. 당시 서 씨는 자택 앞마당에서 잡초를 뽑는 등 잔디 정리 작업을 하던 중 흰색 복스왜건 차량(모델명 ID.4) 한 대가 집 앞에 멈춰섰다고 밝혔다.
서씨는 “운전석에 인도계로 보이는 남성 1명과 뒷좌석에 여성 1명이 타고 있었다”며 “남성이 주변에 가까운 ‘월마트’가 어디 있는지 묻길래 방향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때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성이 창문을 열고 “너무 고맙다. 목걸이를 하나 걸어주겠다”며 안아준 뒤 잔디 정리를 위해 끼고 있던 서씨의 장갑을 벗깃고 감사의 의미로 반지까지 줬다. 또, 운전석에 있던 남성은 감사의 뜻이라면서 20달러를 건넸지만, 서 씨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거절했다.
서씨는 “용의자들이 떠난 후 보니 왼쪽 팔목에 있던 롤렉스 시계와 오른쪽 팔목에 있던 다이아몬드 팔찌가 없더라”며 “예전에 이런 수법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막상 내가 당하고 나니까 너무나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씨는 즉시 이 사건을 토런스경찰국에 신고했고, 집 주변의 CCTV 영상을 확보해 수사관에게 전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토런스 경찰 측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주의 분산형 절도”라고 규정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측은 ▶낯선 이가 접근할 경우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귀중품은 외부 활동 시 최대한 착용하지 말고 ▶피해를 당하거나 절도를 목격한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남가주 지역에서는 시니어를 노린 유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에게 말을 걸며 접근해 신체 접촉을 하면서 귀중품을 훔쳐 가는 수법이다. 길을 묻거나, 간단한 선물을 건네거나 포옹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LA 한인타운 내 한 마켓에서 임모(여·84) 씨가 주의 분산형 절도 피해를 입었다. 〈본지 4월 24일자 A-1면〉
당시 임씨는 “라틴계로 보이는 여성이 ‘옷에 뭐가 묻었다’며 다가와 옷을 털어주고, 포옹까지 해줬다”며 “귀가 후 평소 착용하고 있던 금목걸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80대 시니어가 주차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4500달러 상당의 금목걸이를 도난당한 사례도 있었다. 〈본지 7월 21일자 A-12면〉 당시 용의자들은 여성과 남성 2인조로, 피해자의 차량으로 접근해 장신구를 채워주는 척하며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강한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