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2시간 넘겨 억류·의자서 잠자
“영주권자 아닌 외국인으로 취급해”
김씨 모친 “아들 공부 마치게 해달라”
2주간 한국을 방문했다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SFO)에서 일주일 넘게 억류된 김태흥(40) 씨가 이민 구금시설로 이송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김씨의 어머니와 변호인단은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김씨의 무사귀환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모친 샤론 리(65) 씨는 “며칠 동안 밥이 안 넘어갔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우리 태흥이가 학교를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빨리 나와서 지금 하던 공부를 다 마치고, 또 사회에 나와서 어려운 사람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아들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 측에 따르면 그는 5살부터 미국에 거주해온 영주권 소지자로, 현재 텍사스 A&M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라임병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다. 그는 남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2주간 한국을 방문한 후 7월 21일 오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그는 입국심사 중 ‘2차 심사’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영문도 모른채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35년 넘게 거주한 영주권자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억류되고, 변호사 접견도 차단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한인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A총영사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9일 애리조나주 플로렌스 지역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센터로 이송됐으며, 경찰영사가 김씨의 건강 상태, 변호사 정보 제공 등의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은 김씨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NAKASEC)가 마련한 자리로, 김씨를 변호하는 에릭 리와 칼 크루스 변호사가 함께 했다.
크루스 변호사는 김씨가 SFO에서 억류돼 있을 당시 정식 수용시설이 아닌, 창문이 없는 곳에서 머무르면서 침대도 없이 의자에서 잠을 자야 하는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고 전했다. CBP(세관국경보호국) 규정상 최대 억류 기간은 72시간(3일)이다.
또 현재까지 알려진 심사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크루스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입국심사 시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경우, 일반적으로 입국자의 목적지까지 유예된다. 김씨는 SFO에서 휴스턴행 환승편을 탈 예정이었으니 ‘일반적인 경우’ 유예 검사소(deferred inspection unit)가 있는 휴스턴까지 검사가 연기되었으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크루스 변호사는 김씨가 입국 시 합법적인 영주권자가 아닌 외국인으로 취급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김씨가 적법한 절차를 받을 자격이 있었음에도 CBP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를 구금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가운데, 그가 2011년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변호인은 추정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기소 시점이 영주권 취득 이전이었는지, 이후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변호인은 향후 이민법원 재판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답하지 않았다.
72시간 이상 구금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크루스 변호사는 “내 변호사 경력 중 SFO에서 72시간 동안 구금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이런 맥락에서의 장기간 구금은 어느 정도의 강압이나 유도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들이 김씨의 입국 신청을 철회하도록 강요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교협은 그동안 김씨의 석방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지역구로 둔 낸시 펠로시(민주) 연방 하원의원과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마이클 매콜(공화) 연방 하원의원, 한국계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과 앤디 김(민주·뉴저지) 연방 상원의원 등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 석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bit.ly/ReleaseWillNow) 운동도 벌이고 있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