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 단속을 위한 이민 당국의 급습 작전이 계속되면서 합법 신분의 한인들마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영주권 카드는 물론 시민권 증서를 휴대하고 다니는 한인까지 있는 실정이다.
데이브 노 변호사는 “요즘은 음주 운전이나 사소한 경범죄 기록이 있는 영주권자들도 한국이나 해외를 다녀와도 되는지 많이 묻는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법 집행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보니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LA 직장인 김모씨는 “영주권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영주권 원본 카드를 드라이브 라이선스와 함께 갖고 다닌다”며 “괜히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까 봐 가족 모두 안전하게 카드를 소지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실제 당국은 영주권 카드 소지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달 23일 “18세 이상의 모든 외국인은 영주권 카드(I-551) 또는 외국인 등록증을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법집행기관에 의해 검문을 받을 때 이를 소지하지 않았을 경우, 경범죄 및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주권 소지 규정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민 및 국적법 ‘INA 264(d)’에 따르면 영주권 미소지는 경범죄로 간주된다. 위반 시 최대 100달러 벌금, 30일 이하의 구금, 또는 두 가지 처벌이 동시에 부과될 수 있다.
송정훈 변호사는 “영주권 카드 소지 의무는 단속 강화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원래부터 법으로 규정돼 있던 것”이라며 “단지 그동안 엄격히 집행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8세 이상의 외국인은 법집행기관이 요청할 시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유학생 등 비시민권자의 경우 출입국 기록(I-94)을 온라인에서 출력해 사본을 휴대하는 것도 신분 증명의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심지어 귀화 시민권자들도 시민권 취득 증서를 소지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 등에는 졸업 후 현장실습(OPT) 신분 상태의 유학생들에게 노동허가증 소지를 강조하는 영상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의 김모씨는 “혹시 몰라 시민권 증서를 차에 넣고 다닌다”며 “이민국 단속 요원들이 불체자 단속 중 더러 시민권자까지 체포한다는 뉴스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할 경우 시민권자임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공항 심사대 등에서 입국이 거절되는 영주권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시라큐스대학 산하 기록평가정보센터(TRAC)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CBP는 1484명의 영주권자에게 ‘입국 거부(inadmissible)’ 조치를 내렸다.
영주권자는 엄밀히 보면 ‘합법적 영주 외국인’이다. 연방 당국은 이들 또한 법률 위반 시 언제든지 체류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민서비스국(USCIS) 측은 웹사이트에서도 ‘법적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으면 체류 자격 상실 및 추방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범죄 전력이 있거나 신분 유지에 불안한 사유가 있을 경우, 반드시 이민법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 후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LA지역에서 인종·언어·직종 등을 근거로 한 무차별 이민단속을 금지한 연방판사 명령의 효력을 중단해 달라고 지난 8일 연방대법원에 긴급 신청했다.
LA=강한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