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현대차그룹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이민 당국에 구금된 사태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도 전문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 투자하는 아시아 기업이 미국 공장 가동을 위해 필요한 인력에 대해 비자를 충분히 발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민 관련 전문가들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과 미국 내 제조업 투자 유치가 서로 충돌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이번 구금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정책적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제조업 투자를 유치하려면 전문직 비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소개했다.
조지아 사태에서 노출된 이 같은 정책 불일치는 트럼프 대통령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여러분의 투자를 환영한다. 우리는 여러분이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갖춘 똑똑한 사람들을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를 권장한다”면서 “우리는 신속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여러분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 대신 여러분은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훈련해주기를 요구한다”며 “우리는 함께 우리나라를 생산적이면서도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 결속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미국에 숙련된 기술 분야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내 제조시설의 해외 이전이 계속됨에 따라 관련 고용이 장기간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반도체와 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을 지탱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은 미국인을 고용해 훈련하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인들만 고용해서는 촉박한 공장 가동 시한을 맞출 수 없다는 점을 하소연하고 있다고 WSJ은 소개했다. 실제로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 직원들이 단기 교육·감독 목적에 쓰여 흔히 ‘출장비자’로 불리는 B-1 비자 등을 소지하고 있었고, 실제로 다수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훈련하는 감독자로 일했다는 것이다. 기술·공학 등 전문 직종 외국인들을 위한 H-1B 비자가 있지만, 이 비자는 최근 연간 발급 상한이 10만 건 미만으로 설정돼 있어 받기가 어렵다.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은 국가의 기업이 미국 내 자회사에 인력을 파견할 때 받을 수 있는 E-2 비자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자문업체 ‘국민이주’의 홍창환 미국 변호사는 최근 이 비자 신청이 급증하면서 승인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 변호사는 “미국은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일정에 맞춰 가동해야 하는 공장에서 그런 인력을 찾기는 어렵다고 항변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