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 식단을 바꿔 보기로 결정한 후 가장 먼저 식탁 위에 등장한 것이 바로 샐러드이다. 작년부터 건강을 돌보겠다는 명목하에 나의 샐러드 사랑은 시작되었다. 코비드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더 커졌다.
중년이 되니 소화 기관도 약해지고 평생 숙제인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하니 야채 섭취를 늘리고자 샐러드를 가까이하게 되었다. 밥상을 미적으로 화려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영양과 맛의 밸런스도 아주 훌륭한 음식이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비롯해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영양을 고루 함유하고 있다. 그리고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하는 혈당 조절에도 적합한 식단이다. 시각적으로 푸짐해 뇌를 속이는 식사법이자 포만감도 커서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사이드 음식으로만 곁들여 먹던 샐러드가 요즈음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채식이 보편화 되면서 한끼 웰빙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샐러드는 고대 로마에서 생채소를 먹을때 소금과 올리브유를 뿌려 먹은 것에서 기원했다. 어원도 라틴어 살라트(Salat 소금)에서 유래되었다 하니 재미있다. 무궁무진하게 재료를 조합 할 수 있는 샐러드 구성을 자세히 엿보자면, 바탕(Base), 본체(Body), 드레싱(Dressing), 곁들임(Topping)으로 이루어진다. 바탕(Base)은 잎채소나 어린잎 채소로 그릇 바닥에 깔아주게 되는데 전체적인 색감과 식감을 담당한다. 그림으로 치면 바탕 배경색이 되는 셈이다.
본체(Body)는 주재료로써 샐러드의 정체성과 맛을 결정하는 핵심 포인트이다. 단백질(닭 가슴살이나 삶은 계란, 병아리콩 등), 비타민을 담당하는 과일(오렌지, 베리, 사과 등), 채소(토마토, 파프리카, 오이 등), 탄수화물(퀴노아, 삶은 파스타 등)을 다양하게 조합한다. 샐러드의 이름은 메인인 본체에서 따와 ‘닭가슴살 퀴노아 샐러드’, ‘훈제연어를 올린 그린샐러드’ 같은 식으로 정체성이 결정된다.
드레싱(Dressing)은 재료를 하나로 묶어주고 풍미를 더해주는 소스이다. 종류에 따라 샐러드의 맛을 크게 좌우한다. 취향에 맞게 정해주면 되는데 지나친 드레싱은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고 칼로리를 높이는 주된 범인이 된다. 비니그렛, 크림 드레싱, 오리엔탈 드레싱, 과일 드레싱 등으로 종류도 맛도 각양각색이다. 마지막으로, 곁들임(Topping)은 샐러드 위에 뿌려 화려함을 더해주고 맛이나 식감에 여운을 남겨준다. 견과류, 씨앗, 크루통, 치즈, 말린 과일 등을 올려주는데, 그림으로 치면 포인트 칼라 역할을 톡톡히 한다.
샐러드를 개인 접시에 만들거나 손님상을 위해 차릴때면 마치 크고 작은 캔버스에 색을 채워 넣듯이 믹스 앤 매치(Mix & Match)하는 자체가 참 매력적이다. 샐러드를 만들 때면 미술 시간 도화지 위에 추상화를 그리는 듯하다. 배경이 되는 색과 텍스쳐를 펼쳐주고 자연에서 나온 색들을 쌓아 여러 재료들의 맛과 향을 가미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싱그러운 초록잎들, 토마토의 빨강, 삶은 달걀의 흰색과 노랑, 블랙 올리브, 견과류의 갈색 등 조화가 아름답다. 드레싱에 따라, 냉장고에 남아있는 과일이나 자투리 채소들이 멋지게 탈바꿈하는 매일의 샐러드는 그 날의 느낌과 미각을 새롭게 해준다.
어느 날에는, 각자의 생활로 바빠 같이할 수 없는 식구들을 대신해 스스로 차려내는 한끼 샐러드는 푸짐하고 예뻐서 혼밥의 외로움을 잊을 만큼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된 식단이지만 소중한 식사를 준비하면서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다양한 식감을 느끼며 신선하게 힐링받는다. 제철 재료나 조리법에 따라 변형을 주는 다채로운 샐러드 메뉴는 손님상에 올려도 손색 없고, 포트럭으로 친구네 집에 가져가도 환영받는 단골 메뉴가 되었다.
오늘은 아삭한 로메인과 루꼴라를 배경 삼아 토마토, 리코타 치즈의 부드러움과 담백한 병아리콩, 말린 크랜베리의 상큼함, 구운 고소한 호두를 올려 만들었다. 올리브오일과 화이트 발사믹, 후추가 더해져 풍미까지 업그레이드 시켰다. 문득 차려진 샐러드를 보며 다양한 재료의 존재들이 너무나 미국과 닮은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나라의 이민자들이 어우러져 각자의 문화나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이곳의 모습이 샐러드 한 그릇의 다양하고 조화로운 맛 속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나의 샐러드 사랑은 앞으로도 오래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