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직장인이 늘고 있다. 점심 한 끼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물가가 오르면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아예 끼니를 거르는 직장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케이터링 플랫폼 기업 이즈케이터(ezCater)가 최근 발표한 ‘2025 런치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국의 풀타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주 1회 이상 점심을 거른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1명이 일반적인 주 5일 근무 기간 동안 점심에 쓰는 비용은 평균 108달러로, 전년(88달러)보다 약 22% 늘었다. 점심값이 오르면서 응답자 중 74%는 “점심 습관을 바꿨다”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업체 직원 한진구(25) 씨는 “일주일 점심값을 계산해보니 팁까지 포함해 100달러 이상이었다”며 “요즘은 10달러 한 장도 아까워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도시락이 없을 땐 회사 간식으로 버틸 때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런치(lunch)’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까지 등장했다.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이 점심을 포기하는 현상을 반영한 용어다.
실제로 LA 지역의 외식 물가는 직장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LA·롱비치·애너하임 지역의 외식 물가지수(food away from home)는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한인은행 직원 앤드류 정(42) 씨는 “요즘은 식사에 커피, 팁, 주차비까지 하면 넷이서 140달러가 훌쩍 넘는다”며 “점심값이 부담되다 보니 예전처럼 직장 동료들이 함께 점심을 먹으러 다니는 모습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인타운 내 신촌설렁탕의 주상근 대표는 “예전엔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만석이었고 웨이팅까지 있었지만, 요즘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점심시간에도 자리가 남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케이터링 업체 ‘송이맛집’의 한 관계자도 “점심값에 팁과 주차비까지 부담이 되다 보니 직장인 중심으로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직접 배달을 가면 ‘점심값이 너무 올라 케이터링을 이용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이즈케이터는 보고서에서 “‘행거(hanger)’ 현상으로 인한 업무 손실도 크다”고 지적했다. ‘행거’는 배고픔(hunger)과 분노(anger)가 합쳐진 말로, 끼니를 거르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상태를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점심을 거른 직원의 84%가 행거를 경험했고, 88%는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또 행거를 경험한 직원들은 ‘업무 완료 시간이 늘어난다(43%)’, ‘실수를 더 많이 한다(39%)’, ‘업무 품질이 떨어진다(31%)’고 응답했다.
LA 다운타운의 직장인 이재은(31) 씨는 “처음엔 상사와 점심을 함께 먹는 게 부담스러워 혼자 먹거나 ‘약속이 있다’며 피했지만, 요즘은 식사비 부담이 커서 상사가 같이 먹자고 하면 굳이 거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한길·송윤서 기자 kang.hank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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