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차림, 메뉴로 택한 치맥(치킨과 맥주), 대화 내내 터진 웃음…. 글로벌 기업 총수끼리 만남이라는 점만 빼면 영락없는 ‘깐부(친구라는 뜻의 속어)’ 모임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30일 밤 ‘치맥 회동’ 얘기다.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서울 삼성동 ‘깐부 치킨’ 매장에서 만난 이들은 짜 맞춘 듯 노타이에 캐주얼 복장 차림이었다. 황 CEO는 검은색 라운드 티셔츠, 이·정 회장은 흰색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황 CEO는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와 한국은 발표할 내용이 많고, 이곳에는 훌륭한 파트너들이 있다”며 “내일 우리가 함께 진행 중인 훌륭한 소식과 여러 프로젝트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깐부’의 뜻을 아는지 질문에는 “저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한다”고 운을 떼며 “특히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간단한 문답을 마친 뒤, 매장 구석에 앉은 이·정 회장은 황 CEO를 구석 자리 ‘상석’으로 안내했다.
황 CEO는 자리에 앉자마자 두 회장에게 흰색 선물 박스부터 건넸다. 박스에는 일본산 싱글 몰트 위스키 하쿠슈 2병이 담겨 있었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초소형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도 선물했다. 선물을 건네받은 두 회장은 웃으며 박스를 열었다. 이 회장이 연 박스에는 황 CEO의 서명과 함께 아래 메시지가 적힌 카드도 있었다.
‘JAY(이재용 회장의 영어 이름). TO OUR PARTNERSHIP AND FUTURE OF THE WORLD(우리의 파트너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
3인은 목이 탄 듯 맥주부터 시켰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대화하는 동안 손뼉을 치며 웃기도 했다. 때로 서로 팔을 걸어 술잔을 기울이는 ‘러브샷’도 연출했다. 안주로는 크리스피 순살치킨과 마늘간장순살치킨 등 2만 원대 치킨 메뉴를 시켰다. 치즈볼도 서비스로 나왔다. 이 회장이 손으로 치킨을 먹던 황 CEO에게 물티슈를 건네기도 했다.
황 CEO는 이날 회동의 수퍼스타였다. 황 CEO는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매장 손님들의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치킨집 아들의 티셔츠에도 사인을 해줬다. 옆 테이블 여성에겐 “소맥”을 외치며 가볍게 포옹했다. 이들이 마신 ‘소맥’은 이른바 ‘테슬라’로 불리는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이었다. 황 CEO는 테이블마다 돌며 간장 치킨을 한 조각씩 건네기도 했다. 시민들은 황 CEO가 돌 때마다 환호했다.
오후 8시쯤 회동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테이블 순회를 마치고 돌아온 황 CEO가 자리에서 일어나 “뉴스가 있다. 1차는 이들이 쏜다(I have a news. They’re buying all of our dinners tonight)”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손님들은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을 연호했다. 그러자 정 회장이 일어나 “2차는 제가 사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1시간쯤 지나 회동을 마친 황 CEO는 이·정 회장에게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가게를 떠나며 “살아보니 행복이라는 게 별 것 없다”며 “좋은 사람끼리 맛있는 것을 먹고 한 잔 하는 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깐부’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화제가 됐다. 황 CEO가 ‘깐부 치킨’을 회동 장소로 선택한 것도, 삼성전자·현대차와 ‘친구 같은 동맹’을 맺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현대차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과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기환·김수민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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