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일상에서 쉽게 드러나는 이러한 태도는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자기 방어의 흔적이다. 성경에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구절은, 이러한 인간의 모순을 오래전부터 꿰뚫은 구절이다. 우리는 타인의 작은 허물은 확대해서 보고, 정작 자신의 더 큰 결함은 보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심리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드러난다. 단체 사진을 본 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언제나 ‘나’다. 내가 잘 나왔으면 그 사진은 잘 나온 사진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만이 생긴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나 분위기는 뒷전이다. 자신이 중심이 되는 판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본능적 성향이지만, 이런 사소한 자기중심적 시선이 쌓여서 일상의 많은 오해와 갈등을 만든다. ‘누구에게나 자기 똥은 구리지 않다’는 말은 자기중심적 편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관대하면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는 참 힘들다.
이중잣대는 사회 전반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날카롭게 반응하면서 자신이 놓친 일에는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라며 합리화한다. 정치권에서는 상대 진영의 오류에는 ‘도덕적 문제’라며 공격하지만, 자기 진영의 잘못에는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변명이 붙는다. 자신이 무심한 말을 건넸을 때는 상대방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만, 상대방이 비슷한 말을 할 때는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느낀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더욱 노골적이다. 타인의 발언 하나를 끌어내 집단적으로 비난하면서, 자신이 남긴 공격적인 댓글에 대해서는 ‘정당한 지적’이라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이런 태도가 반복되면 사회의 신뢰는 무너진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일상이 되고, ‘내가 옳다’는 확신만 남는다. 결국 관계는 단절되고 대화는 사라진다. 지금의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의 상당 부분도, 엄밀히 말하면 ‘내로남불’에서 시작된다. 정치의 영역에만 해당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모두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든 태도다.
하지만 성숙한 사회, 성숙한 개인으로 산다는 건 그 방향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자신에게는 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조금 더 관대해야 한다. 자신에게 엄격하다는 건 자신을 몰아붙이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다. “나는 늘 옳다”는 확신보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이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한 자기비판을 넘어,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타인에게 관대하다는 것은 남의 실수를 덮어주자는 뜻이 아니다. 비판할 때도 상대의 입장을 한 번쯤 고려하고, ‘나라도 그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보자는 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성의가 없다”라고 단정 짓기보다 “무슨 사정이 있었나” 하고 물어보는 것. 혹은 운전 중 누군가 내 앞을 끼어들었을 때 즉시 화를 내기보다, “급한 사정이 있나 보다” 하고 넘기는 것. 이런 작은 여유가 갈등을 줄여 준다. 관대함은 약함이 아니라, 여유와 배려의 다른 이름이다.
사회는 갈수록 빠르고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은 일상이 되고, 사람들은 성과와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남을 이해하는 여유는 점점 사라지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변명만 늘어난다. SNS가 대표적이다. 짧은 문장으로 누군가를 비난하고, 그것에 대한 반박이 올라오면 다시 또 반박으로 맞선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기 성찰은 없다. 결국 ‘누가 옳은가’가 아닌, ‘누가 더 세게 말했는가’의 싸움만 남는다.
이제는 각자가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에게 질문해 볼 때다. “나는 정말 공정한가?”, “내가 남을 평가하는 기준을 나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만으로도 사회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나의 시선을 타인에게 돌리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이해할 만한 내가 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때때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불편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곧바로 변명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진짜 성장은 없다. 타인의 허물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는 것이야말로 성숙의 징표다. “나는 남보다 낫다”는 착각이 사라질 때, 비로소 사람 사이의 벽이 무너진다.
요즘처럼 비난이 너무 쉽게 퍼지는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건 날카로운 정의감보다 따뜻한 성찰이다. 자신에게는 조금 더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고, 타인에게는 한 걸음의 여유를 허락하는 것. 이 단순하지만 어려운 균형이 지켜질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훨씬 단단하고 따뜻해질 것이다. 비판보다 공감이, 변명보다 성찰이 앞서는 사회, 그것이 오늘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방향 아닐까 싶다.